모스크바에서 29일 오전(현지시각) 지하철역에서 2명의 여성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러시아가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이날 모스크바 중심에서는 7시 55분경 루비얀카 지하철역에 들어서던 전동차 한 칸에서 폭발물이 터지며 24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어 45분 뒤인 오전 8시 40분경에 루비얀카 역에서 네 정거장 떨어진 파르크 쿨뚜르역에서 정차 중이던 전동차에서 폭탄이 터져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출근 시간대에, 그것도 크렘린궁과 연방보안국, 내무부 등 관공서가 밀집해 있는 수도 한복판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연쇄 테러로 러시아 국민들은 충격에 빠져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최소 38명의 사망자 외에도, 100여 명이 부상을 입은 이날 사건은 16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2004년 빠벨레츠카야 지하철역 테러 사건 다음으로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가장 큰 폭탄 테러로 기록됐다.
모스크바에서는 가장 최근인 작년 11월에도 상트페테르부르크행 급행열차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 27명이 숨지고 90여 명이 부상을 입은 적이 있다. 이처럼 러시아 내 잦은 테러 공격의 배후에는 러시아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체첸 반군과 이에 동조하는 이슬람 과격 단체들이 있다.
러시아 당국은 테러 배후로 체첸 분리주의자들을 주목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알렉산데르 보르트니코프 국장은 "이번 테러가 북카프카스 지역에서 체젠 독립을 요구하는 분리주의자들과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에서 활동하는 민병대원들이 폭탄 테러를 도왔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이 테러 배후세력으로 알 카에다를 직접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알 카에다와 탈레반을 지칭하는 아프간-파기스탄 국경의 민병대원들이 테러 배후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테러 현장을 방문, “테러리스트들은 그저 짐승들”이라며 “반드시 모두 찾아내 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베리아 방문 일정을 중단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테러리스트들을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총리는 1999년 체첸 분리주의자들을 척결하면서 권력을 공고히 했었다.
푸틴 총리는 이날 비디오회의를 통해 “잔혹하고 끔찍한 범죄가 발생했다”며 “범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체첸 분리주의자들과 두 차례 전쟁을 치러 승리했으나 다게스탄과 잉구셰티야 공화국에서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