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 구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53) 유족들은 그를 '책임감 있고 따뜻한 가장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오후 비보를 접한 유족들은 경남 진해 자은동 덕산해군아파트 자택에 모여 오열하는 한 준위의 아내 김말순씨(56)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 설에 한 준위와 마지막 가족모임을 가졌던 막내동서 강동석씨(50)는 "집안 대소사에 항상 먼저 챙길만큼 인품이 좋았다"며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집안 어른이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강씨는 "오로지 부대 봉급만으로 생활하며 두 자녀를 대학에 보낼만큼 검소하고 가정적인 형님이었다"며 "지난해에는 청해부대에 자원해 소말리아 해역에서 파병 임무를 수행하며 군 생활도 적극적인 분이셨다"고 말했다.
뒤늦게 비보를 접한 딸 슬기씨(20·경산대 2년)는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오후 8시반께 집으로 들어왔다.
친지들은 넋을 잃고 들어오는 슬기씨를 위로했으나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다.
안방에 들어선 슬기씨는 어머니를 부여잡고 "아빠한테 언제 가냐. 빨리가야 한다. 아빠 빨리 보고 싶다."고 울부짖었다.
앞집에 사는 박영란씨(46)는 부부싸움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온화하고 자상한 분으로 아파트에 소문났다"며 "항상 먼저 안부 인사를 묻고 아이들 안부까지 묻곤했다"고 회상했다.
박씨는 "해군 내에서 군과 가정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며 "서로 자주 못 봤지만 남편도 해군이라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더욱 안타깝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1996년 24평형 해군 아파트로 이사온 한 준위는 검소한 생활을 실천했다.
도배와 장판은 입주 당시 그대로였고 침대, 장롱, 식탁, 싱크대는 1983년 결혼할 때 장만한 것들이었다.
전자레인지는 옛 삼성 마크가 선명했고 냉장고는 LG 상표가 아니라 'GOLD STAR'였다.
친척들은 "오로지 해군 봉급만으로 생활했고 자식들 교육비 때문에 좋아하는 술도 집에서 자주 마실 정도로 알뜰하게 생활하셨다"며 "가구와 가전제품 모두 결혼때 마련한 것을 그대로 사용하며 검소한 생활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동서 고정욱씨(55)는 "모든 생활에 적극적인 분이셨고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었다"며 "UDT 교관 시절에는 우수 교관으로 추천돼 방송에도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동료와 후배들은 그를 'UDT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부를 만큼 군복무도 열심히 하셨다"고 덧붙였다.
부인 김말순씨와 딸 슬기씨는 오후 9시께 진해 해군부대에서 헬기를 타고 경기 분당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했으며, 아들 상기씨(25·육군 중위)는 이보다 먼저 도착해 아버지의 곁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