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천안함 실종 장병의 첫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실종자 가족협의회가 인명 구조작업을 중단할 것을 해군에 요청했다.
이정국 실종자 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오후 9시50분께 2함대 보도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명 구조작업을 중단하고, 선체 인양작업으로 돌입할 것을 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체 내부가 피폭 충격과 바닷물 유입으로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면서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으로 잠수요원이 진입할 경우 희생이 우려되기 때문에 선체 내부 진입은 더이상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존자 구조와 시신 인양은 현 시점에서 중단 될 것"이라며 "해군측도 구조 방식과 인양 방식 결정을 가족협의회에 위임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에 따라 "위험한 선체 내부 진입과 인명구조 작업은 중단하고, 선체 인양방식은 해군에게 위임했다"면서 "해군은 민간 업체에 인양 작업을 맡겼다"고 말했다.
또 "발견 희생자는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 안치하기로 했다"면서 "실종 장병 전원이 귀환할 때 까지 장례절차 등은 일절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가족협의회는 이 결정을 백령도 사고해역 현지에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과 협의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이날 오후 11시로 예정됐던 구조탐색작업은 전면 취소됐으며, 선체 인양 방식을 놓고 가족과 군, 민간 인양업체가 논의할 예정이다.
선체 인양과정에서 발견되는 실종 장병 시신은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하지 않고, 2함대가 마련한 사령부 장소에 안치된다.
이와 관련 일부 가족들은 해군의 무책임한 사고 처리 방식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한 실종장병 가족은 "도대체 사고 열흘이 다 되도록 해군이 한 게 무엇이냐"며 "함미는 민간 어선이 찾고, 구조 활동도 고작 밧줄하나로 잠수부를 물속에 넣은 것 밖에 없잖느냐"고 항의했다.
또 다른 가족도 "해군은 구조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다. 무엇인가 은폐하기 위해 시간만 끌다가 결국 이렇게 작업을 끝냈다"며 "'위험한 상황인데다 선체 인양도 지금 아니면 1~2년 걸리는데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가족들을 몰아붙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가족들이 이런 결정을 하게끔 해군이 의도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5시59분께 함미 원상사실에서 남기훈(35) 상사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현재 백령도 독도함에 있으며, 당초 알려진 대로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되지 않고 평택 2함대로 옮겨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