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잘살았지만 구조조정과 사업실패로 빚만 남은 부부가 위장 이혼하면서 겪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시트콤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풀어낸 뮤지컬 <키스 앤 메이크업>이 수많은 부부의 100%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학로에서 인기리에 공연 중이다.
박해미사단의 두 번째 야심작으로도 화제를 모으는 뮤지컬 '키스 앤 메이크업'은 박해미의 출연은 물론, 주원성, 김도신, 최오식 등 개성 있는 연기파 배우와 몸짱 신인배우 임천석 등의 합류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아, '나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
이번 작품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는 박해미는 "'키스 앤 메이크업'은 나의 이야기다. 우리 부부가 사는 이야기를 기본으로 깔고 모든 부부와 결혼 전 연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신비주의나 가식은 싫었다. '우리는 이렇게 산다. 당신이나 나나 사는 모습은 똑같지 않느냐'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번 창작뮤지컬을 내놓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에 남편 하찬은 역 김도신 역시 "대본을 받아보고 우선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또 내 이야기 같았다"며 "연습 시간이 부족해 집에서 아내의 도움으로 연습하는데 아내도 '이거 우리 얘기 아니냐'라고 하더라"며 웃어보였다.
◆ 강이나 vs 하찬은, '여자는 강하고 남자는 찌질하다?'
극 중 아내는 강이나, 남편은 하찬은. 이는 요즘 드라마나 시트콤에서 흔히 사용하는 캐릭터 특징을 살린 이름으로 칭해 어쩌면 일부 관객들을 언짢게 할 수도 있겠다.
박해미는 "아무리 밖에서 왕노릇하는 남자라도 집에서 아내와 싸울 때는 더없이 치사하고 찌질해진다. 그러나 여자는 참 강하다. 삶에 대한 애착이 정말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도신도 "그렇다"고 인정해 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지금도 사랑하는데, 왜 자꾸 모순과 갈등, 싸움만 늘어가는가? 뮤지컬 '키스 앤 메이크업'도 처음부터 끝까지 화끈하게 치열하게 싸우고 또 싸우다가 극적인 화해를 한다.
박해미는 "사랑도 결혼도 미친 짓이다. 미친듯이 사랑하고 미친듯이 싸우고, 이게 우리가 사는 이야기 아니겠냐"며 "그렇다고 이혼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극 중 '그 껌이 그 껌이다. 단물이 빠지면 쓴맛 난다. 그러나 껌을 바꿔 씹어도 또다시 쓴물 난다'는 말이 있듯이 가슴이 콩닥콩닥거리고 설레는 그런 사랑은 잠깐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연애란 결혼이란?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연애와 결혼은 어떤 것일까?
김도신은 "연애는 기다림이고 결혼은 의리이고 책임"이라며 "연애할 때는 헤어져야 하니 항상 내일이 기다려진다. 그러나 결혼은 서로 믿어주고 책임져야 하는 의리인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박해미는 "연애는 떨림이고 결혼은 편안함"이라고 전했다. 이는 극 중 하찬은의 고발에서 가장 잘 알 수 있다. '연애할 때는 벗으라고 벗으라고 해도 안 벗더니만 결혼하고 나니 그냥 훌렁훌렁 벗는다'고.
◆ 박해미 김도신의 화해의 기술은?
그렇다면 싸우고 치고 박고 하는 결혼생활, 이혼보다는 화해가 답일 터. 그 화해의 기술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해미는 "나만의 특별한 화해의 기술은 없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잘 싸우는데 또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다. 싸우고 나서 남편을 안아주면 바로 풀리더라"고 말했다.
화해에 있어서 남편들은 어떨까? 김도신은 "아마 여자도 마찬가지일테지만, 솔직히 남자는 여자가 먼저 다가오길 바란다"며 "싸우고 나서 '잘못했다'는 말은 절대 못한다. 대신 밖에서 만나 같이 식사하면서 다른 이야기로 풀어간다. 밥 먹으면서도 싸웠던 얘기는 금기다. 그걸 꺼냈다간 또 싸운다"고 그만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 극 중 명장면 명대사는?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명대사나 명장면은 무엇일까? 박해미는 "그 껌이 그껌이다"는 말이 인상적이라고 밝혔고 김도신은 "극 중 베드로가 은근히 해설자의 역할을 한다. 베드로의 대사 중 괜찮은 대사가 참 많다. 베드로가 '난 사람이 싫어. 사람은 배신하니까. 영원히 같이 한다고 했는데 먼저 떠나가잖아'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배우는 변화가 생명, 8가지 매력 갖춰야
김도신은 극 중 남편 하찬은으로 나오지만 전세집 주인아주머니로 깜짝 변신을 선보이기도 한다. 파마머리에 껌을 씹고 긴 치마 입고 등장해 강이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생생한 모습에 관객들은 끊임없이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도신은 "배우는 8가지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배웠다. 8색조 매력이란 말도 있지 않느냐. 늙어서 치매에 걸려 대사를 못 외우는 일이 없다면 계속 무대에 설 것이다. 무대는 특성상 캐릭터가 굳어지면 배우 하기 힘들다. 무대에서 배우의 생명력은 변화다. 처음 내가 이 작품을 한다고 하니 주위에서는 최오식 씨가 하는 베드로 역인가 생각하더라. 기회가 된다면 최오식 씨와 캐릭터를 바꿔서 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국에 라이센스 공연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 우리나라 고유의 창작 뮤지컬로 관객들을 찾아가고 싶다는 박해미, 이미 차기작으로 '샘과 햄'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식상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이야기로 박해미 사단의 시리즈 작품을 이어갈 것이라고.
끝으로 이들은 "우리 공연을 보고 관객들이 돈이 아깝지 않다는 한마디 해주셨으면 좋겠다. 정말 재미있게 보시고 돌아간다면, 적어도 한달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받고 스트레스 싹 풀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신만의 아우라를 갖고 살아있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다는 김도신, 죽어서도 자신을 기억해주는 배우로 살고 싶다는 박해미의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사진제공=해미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