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과도정부는 반정부 시위에 몸을 피한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박탈키로 하는 한편 그의 아들과 형을 수배하는 등 구 정권 세력에 대한 압박을 가속화했다.
로자 오툰바예바 키르기스스탄 과도정부 총리는 9일(현지시간) “추방된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대통령이 사임하면 그는 외국으로 떠날 수 있다”고 밝혔다.
오툰바예바 총리는 이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특사와 만난 뒤 “바키예프 대통령이 물러나면 그의 신변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현재 바키예프 정부의 모든 고위 관료들은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상태다.
과도정부에서 보안 분야를 책임진 아짐벡 베크나자로프는 “이미 바키예프에 대한 형사 조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향인 키르기스 남부 잘랄아바드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바키예프는 전날 러시아 라디오 방송 ‘모스크바의 메아리’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직을 내놓을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군과 경찰이 과도정부의 통제하에 있으며 나는 실질적 영향력을 상실했다”면서도 “지난해 7월 대선에서 77%의 지지율로 당선된 내가 사임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과도정부는 그가 보안군에 직접 발포 명령을 내렸는지, 또 정부 돈을 횡령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정부는 8일 바키예프 대통령이 국외로 자금을 빼돌릴 것을 우려해 국가 금융시스템을 동결했다.
과도정부 관계자는 “바키예프가 달아나기 전 국가 재정을 파탄 내 현재 키르기스 은행들에는 9억8천600만솜(245억원 상당)밖에 남아있지 않다”면서 “바키예프의 영향력 아래 놓인 은행들이 자금을 국외로 빼돌릴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바키예프 대통령은 서방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은 시위대를 향한 발포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또 과도정부는 바키예프의 두 아들과 형을 살인 혐의로 공식 수배했다. 과도정부에서 내무장관 직무 대행을 맡은 블로트 제르니야조프는 “검찰이 그들 3명에 대해 불법 무기 사용, 살인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며 “이들이 시위대를 향해 무기를 사용하라는 명령을 내린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 당국은 전날 수도 비슈케크에서 3개의 폭발물이 발견했으며 바키예프 대통령의 형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반정부 시위로 사망한 사람은 최소 75명, 부상자는 14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키르기스스탄 유혈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러시아는 새로 들어선 과도정부를 즉각 인정하고 군대까지 추가 파견하는 등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어느 편도 들지 않으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