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드로잉:쇼> 미술·공연·교육 삼색 매력의 퍼포먼스

책을 들추지 않고도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자크루이드 다비드)을 만날 수 있고, 선생님의 설명 없이도 공연 중에 나오는 '최후의 만찬'(레오나르도 다빈치) 패러디를 찾아낼 수가 있다. 미술시간이라고 착각하지마라. 여긴 학교가 아닐뿐더러, 더더욱 미술 시간도 아니다.

<드로잉:쇼>는 미술을 소재로 한 넌버벌 퍼포먼스이다. 즉, 미술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책에 나오는 다양한 미술기법이 공연 전반에 걸쳐 나온다.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다는 이론을 미술기법에 접목시킨 ‘마블링 기법’은 <드로잉:쇼>에서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을 완성시킨다. 미술시간에 글과 말로만 설명 들었던 마블링 기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 과학시간에 배웠던 그림자 놀이를 이용한 쉐도우 드로잉과 야광 드로잉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지금은 볼 수 없는 숭례문을 쉐도우 드로잉으로 부활시키는 장면 또한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비록 그림 속이지만 숭례문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문화재를 아끼고 잘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드로잉:쇼>는 공연전체를 묶어주는 줄거리는 없다. 단, 외계인 ‘LOOK’이 지구에 불시착하여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오직 그림이라는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집중력은 떨어지지 않고, 언어가 없는데 무대에서 눈과 귀를 뗄 수가 없다. 거기에 교육적인 내용까지 덧붙여진 <드로잉:쇼>는 새롭지 않으면 눈길도 주지 않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공연이다.

어린 아이를 포함한 저학년 학생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장면장면이 엮어진 옴니버스 식 공연인 <드로잉:쇼>에 쉽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드로잉:쇼>에서 보여지는 그림은 8분이 넘는 것이 없다. 초고속으로 그려내는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도 6분이면 충분하다. 85분을 최대한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최고의 집중력을 이끌어내고, 장면을 이어갈 때는 눈 앞에서 그려진 미술 작품을 학생들에게 선사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명작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가슴에 새기고,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드로잉:쇼>가 관객과 호흡하는 방법이자 관객에게 주고자 하는 선물이다.

<드로잉:쇼>는 세계 최초로 그림 그리는 과정이 공연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 학생들의 창의력에 문을 두드리는 시도가 될 것이다. '왜 전시장에 걸린 그림만 봐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으로 시작된 <드로잉:쇼>는 어린 시절 즐겁게 그림을 그리던 체험이 미술의 본질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창의력 향상을 위한 체험활동을 원한다면, 여태 시도되지 않은 미술기법과 특수효과의 결합공연인 <드로잉:쇼>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