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녀' 오은선이 결국 여성 산악인 최초의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오은선(44. 블랙야크)은 27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세계 10위의 고봉인 해발 8091m의 안나푸르나 정상에 올랐다.
오전 5시에 캠프4를 떠난 오은선은 13시간이 넘는 외로운 사투 끝에 '세계의 지붕'라고 불리는 히말라야 산맥의 8000m급 고봉 14개 정복의 마침표를 찍었다.
대기록의 출발이 된 1997년 가셔브룸 II(8035m)를 무산소 등정한 이후 13년 만의 쾌거다.
전 세계에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한 산악인은 남녀 통틀어 20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오은선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여성산악인으로서 영광스러운 첫 번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지금까지 한국인의 안나푸르나 등정 도전에서 희생된 이들은 모두 14명이다. 이는 5명의 등반자와 현지인 셰르파 9명까지 합한 숫자다.
지난 1999년에는 오은선을 해외원정으로 이끈 지현옥(당시 40세)이 바로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한국 여성 산악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의 정상을 밟았던 인물이 지현옥이라는 점에서 당시의 사고는 더욱 아쉬움이 컸다.
한국 산악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했던 엄홍길(50) 5수 끝에 '풍요의 여신'에게 허락을 얻어냈지만, 가족 같았던 동료 3명을 잃은 슬픔의 대가였다.
오은선의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은 한국 산악인들이 안나푸르나에서 맛봐야 했던 지난 날의 슬픔을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은선의 역사적인 14좌 완등은 국내만의 기쁨으로 끝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5월에 오른 칸첸중가(8586m)의 등정이 사실 논란에 빠지며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경쟁자인 에두르네 파사반(37. 스페인)은 오은선의 등정 논란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오은선은 네팔 정부가 내준 등반 확인서를 받았다며 자신의 칸첸중가 정상 정복을 주장했지만, 등반 시간과 등정을 확인해 줄 사진의 판독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성공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1960년부터 네팔에 머물고 있는 고산 등정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홀리 여사도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disputed)'며 구체적인 판단을 유보했다.
이미 등정 여부에 대한 논란을 경험했던 오은선은 이번 안나푸르나 등정을 KBS가 전국에 생중계해 논란의 싹수를 조기에 잘라냈다.
오은선과 14좌 완등을 다퉜던 파사반은 큰 논란 없이 14좌 완등의 마지막 조각이 될 시샤팡마(8027m) 등정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