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위기가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등 이웃나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세계 금융시장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국내 주식시장도 충격에 휩싸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7일 무려 1조2459억 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1조2459억 원은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래 국내증시 역대 최대 순매도 규모다.
전날 순매도 규모 7408억 원까지 합치면 외국인은 단 이틀 만에 2조 원 어치 주식을 팔아버린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조혜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말에서 2월 초까지 그리스 재정위험이 불거졌을 당시 외국인 일일 매도 규모가 5000억 원에 육박했지만 이후 단기간 내에 매수세로 복귀한 바 있다"며 "학습효과에 의해 외국인 자금 이탈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자금 이탈이 이어지겠지만 지난주 같은 공격적인 순매도 흐름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 자산 회피 성향을 띠겠지만 한국의 양호한 펀더멘털 여건이 환율 등 가격변수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외국인은 다시 한국 원화자산에 대해 매력을 느끼면서 한국자산을 사들일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대두될 수 있지만 국내증시에서 급격한 자금이탈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이 팀장은 "외국인 상장증권 순매수 자금(23조7000억 원) 중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4개국 자금은 0.55%(1003억 원)에 그쳐 이들 국가에 의한 자금 이탈이 있다고 하더라도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 팀장은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2789억 달러로 적정수준보다 750억 달러 더 많은 수준"이라며 "이는 유럽은행의 단기채무상환 요구에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