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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폭탄'에 잠 못드는 세계증시

그리스 재정난에서 시작된 남유럽 발 위기가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등 유럽으로 전파되는 것을 넘어서 미국 등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 장마감일인 8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유럽의 대규모 구제금융 지원 결정과는 무관하게 수직낙하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62% 밀렸으며 프랑스 CAC40지수와 독일 DAX 30지수는 각각 4.6%, 3.27% 급락했다. 유럽 대륙을 벗어난 지역의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 S&P500지수는 1.53% 내렸으며 유럽 증시 개장 전 마감된 닛케이 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3.1%, 1.06% 하락했다.

◆ '그리스바이러스' 전염 우려 확산

11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합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약세가 이어진 이유는 다른 지역으로의 그리스 위기 전염 속도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주요 은행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에 "유로존 회원국 채권의 마지막 구매자가 되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그리스 위기가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을 넘어 유로존 금융원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JP모간 체이스, 모간 스탠리, 씨티그룹 등 미국의 '빅5'은행이 2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유럽 부채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시장관계자들 사이에 제기된 가운데 '닥터 둠'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그리스 사태가 미국과 일본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그리스를 뒤덮고 있는 채무 위기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 등의 은행 시스템을 해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등 유럽 국가의 상황이 악화돼 국가채무불이행 사태로 전개될 경우 금융회사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심각한 신용경색에 빠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EU, 10일 유로존 시스템 개혁안 논의

유럽연합(EU) 금융 정상들은 10일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 개혁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그리스의 재정 위기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으로 확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유럽위원회가 유로존의 부채를 보증해주는 등의 방안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소식통은 "EU협정이 이 같은 방안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U협정은 "만일 27개 회원국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한 경우 EU차원의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재정위기가 다른 국가들로 확산되기 직전"이라며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미국도 전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구제금융안 약발 떨어질 수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8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그리스의 고통을 확실하게 줄일 유일한 방법은 경제 회복으로 세수와 지출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그리스가 유로권에 남아있으려면 근로자들이 임금 삭감 등의 고통을 감수해 경쟁력을 회복하고, 유럽중앙은행과 독일 등이 확실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조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파장이 유럽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 또한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그리스 위기의 대책과 관련 "채무조정을 핵심으로 한 '플랜 B'"를 주장한 바 있다.

그는“‘플랜 A(구제금융안)’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베팅이다”라며 현재 국제신용평가사들의 뒷북치기와 금융시장의 동요가 이를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플랜A는 높은 실업률과 사회불안을 초래한 채 단지 미래 경쟁력만 회복시키는 효과를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했었다.

한편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관심은 그리스 사태가 선진국의 재정위기로 확산되는가의 여부다. 하지만 선진국도 정부부채 규모가 급증한 상황에서 국채 금리 상승이 빨라질 경우 이자부담이 급증하게 되는 구조를 안고 있다"며 "그러나 각 국가의 국채만기가 집중되어 있는 2분기를 전후로 해서 유로지역의 재정위기는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