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를 필두로 한 은행권 시장재편이 연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최근 은행간 M&A에 관치금융 논란까지 가세하며 갈수록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은행권 M&A에 적극적이던 하나금융의 김승유 회장도 최근에는 우리금융과 외환은행 등 구체적인 인수대상에 대해 "아직 생각한 적이 없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또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2014년까지 국내 은행 간 인수합병(M&A)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금융인 간담회에서 "경제가 회복되는 시기이므로 금융의 정상화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금융이 산업발전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전통적인 금융산업 기능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국내 금융산업은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비슷한 수익모델을 갖고 '제살 깎기식' 경쟁 행태를 시현하고 있다"며 "시장상황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는 금융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즉 진 위원장은 은행대형화에 대해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몸집을 줄여나가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전면적으로 반하는 것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메가뱅크론의 원조격인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조차 최근 "글로벌 위기 전의 (금융) 발전모델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리금융지주, 외환은행 등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잠재적 인수자들 간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현재 정부는 우리금융 매각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리금융 매각에 대해 정부가 메가뱅크 설립에 연연하기보다는 시너지창출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KB금융이나 산은금융 등에 합병될 경우 중첩되는 사업이 지나치게 많아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하나금융처럼 주력 사업이 비대칭적인 곳과 엮어야 경쟁력과 규모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는 논리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우리금융매각 논의와 관련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합치는 것은 시너지효과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은행권 인수·합병(M&A)과 관련해 "기업금융을 배제한 스페인의 산탄데르 모델과 상업은행(CB)를 기반으로 투자은행(IB)을 겸업하는 유니버설뱅킹 모델 모두 향후 국내 은행의 주력 모델로 삼아 대형화와 글로벌화를 추진하기는 불편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금융규제가 구체화되면서 국내 금융권도 상당한 영향을받게 될텐데 영업 범위와 규모에 대한 제한을 두는 볼커룰이 G20을 통해 얼마나 강력하게 제안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 발전의 수준이 뒤쳐진한국의 경우 금융지주가 아닌 개별 금융회사로서는 대규모 자금의 파이낸싱 및 신용등급에 있어 상당한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다"며 "국내 은행의 민영화와 빅딜 과정에서 금융지주 차원의 합병 방식이 주력 모델로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