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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26조 투자···그 의미는?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및 LCD 부문에 26조 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투자 규모를 책정한 것은 시황에 휘둘리지 않는 절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 업계의 판단은 갈린다. 반도체 수요가 최소 향후 2년 동안은 견조할 것으로 분석되는 덕에 삼성전자가 이번 투자를 계기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란 분석이 있는가 하면, 워낙 대규모인 탓에 갑작스런 공급과잉으로 인한 타격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 올해 26조 원 투자···"시황 뛰어넘는 경쟁력 확보"

삼성전자는 반도체 11조 원, LCD 5조 원 등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 8조 원을 포함해 총 26조 원 규모의 올해 투자계획을 수립했다고 17일 밝혔다. 26조 원은 삼성전자의 연간 투자로도 사상 최대 규모다.

이날 이건희 회장은 "경영여건의 변화도 심할 것으로 예상은 되는 시기에 투자를 더 늘리고 인력도 더 많이 뽑아야 한다"고 과감한 투자를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적극적인 투자로 IT 시장의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반도체는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반도체의 경쟁력이 필수적이다.

이에 더해 시황에 워낙 휘둘리는 업종의 특성도 고려된 것으로 판단된다. 복수의 업계 및 증권가 관계자들은 "시황에 휘둘리지 않는 경쟁력을 가지려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건희 회장 역시 최대 호황인 현재, 사상 초유의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계속 이어가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 "사상 초유의 규모"···판단 엇갈려

이 같은 투자 규모를 두고, 업계 및 증권가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투자 규모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삼성전자만이 할 수 있는 규모"라는 것이 대다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 판단은 갈린다. 이번 투자를 통해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과 워낙 규모가 큰 탓에 실패 시 돌아올 타격 역시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크게 두 가지다.

현재로서는 워낙 반도체 시황이 좋은 덕에 일단은 전자에 무게가 실린다. 향후 2년 간은 역사적인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미리 계획했다면, 현재와 같은 적기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최근 몇 년 간의 '치킨게임'을 막 끝내고 호황을 누리려는 세계 유수의 경쟁사들은 사실상 이 같은 수준의 투자는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삼성전자가 수월하게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 이유다.

실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말 반도체, LCD 사업부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삼성전자가 천수답식의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던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워낙 큰 규모"라는 것이 대략적인 이유다. 향후 몇 년 간은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전망이다. 갑작스런 공급과잉은 또 다시 업계 전체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이날 삼성전자의 발표에 대해,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규모"라며 "현재 꼭 그 정도의 투자가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 세계의 경쟁사들이 증설에 나설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어 가시적으로는 공급부족분을 삼성전자가 차지할 공산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지만 무모한 투자에 따른 타격도 배제할 수는 없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