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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앞두고 21일부터 전국적으로 각종 추모행사가 열렸다. 경북 김해 봉하마을과 추모행사에 많은 인파가 몰렸고 서점가에도 노 전 대통령 관련 서적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각 정당은 6.2지방선거를 딱 열흘 앞둔 시점에서 노(盧)풍의 강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풍이 예상보다 잔잔하다는 의견도 많다. 천안함 조사결과가 북한 잠수정이 쏜 어뢰에 의한 침몰로 결론나면서 북풍 맞바람에 노풍이 밀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22일 서거 하루 전 빗줄기 속에서도 봉하마을에 발길이 끊이지 않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서적이 각종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어 유권자들의 관심은 상승된 분위기다. 특히 포털 사이트, 블로그, 카페 등에 추모 글이 쇄도하고 포털 검색어에 '노무현 1주기' 등이 상위에 랭크돼 네티즌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노풍이 선거에 미칠 파장에 대해 각 정당의 셈이 바빠지고 있지만 누구보다 촉각을 세우는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으로선 북풍에 맞설 방패로 노풍이 유일한 상황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1일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열린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 지원유세에서 "노무현 대통령 하면 어떤 것이 생각나나. 원칙과 정도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를 배운 사람이 안희정이다"라며 노풍을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노풍의 효과가 민주당에게 순풍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2006년 전국 지방선거 참패와 노 전 대통령 지지율 하락 이후 ‘노무현 지우기’에 열을 올렸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반노, 비노, 친노 계파 갈등 끝에 해체됐다. 이런 연유로 민주당은 '노무현 정신' 계승에 부적합자로 비판받아 왔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야권연대로 묶여있긴 하지만 국민참여당의 창당 자체가 민주당의 변절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 점에서 그 결속은 느슨할 수밖에 없다.
선거 이후 연대가 지속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노무현 정신을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동시에 외치고 있지만 노풍의 방향이 국민참여당 쪽으로 불 가능성이 큰 이유이다.
21일 일산 롯데백화점 앞 미관광장에서 열린 야 5당 합동 유세에서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는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한 이 끔찍한 정치 보복을 심판해 달라"며 노풍 표심을 자극했다.
노풍의 강도뿐만 아니라 그 방향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결국 북풍 바람을 탄 한나라당에 맞서 당선가능성을 강조해야 하지만 연대 틀이 깨질 위험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얼마만큼의 실익을 챙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