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이어 스페인 재정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유럽을 넘어 '글로벌 위기'가 장기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사태는 이미 세계 경제에 상당한 파장을 미치고 있다. 미국발 글로벌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중앙은행인 스페인은행(BOS)이 저축은행 '카하수르'를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22일 BOS는 5억 9600만 유로 적자에 허덕이던 카톨릭계 지역 저축은행 '카하수르'를 국유화하고 5억 유로를 긴급 수혈하기로 결정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번 조치에 대해 스페인 정부의 금융부분에 대한 '경고사격(warning shot)'이라고 표현하며 앞으로 금융계에 대대적인 '수술'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스페인 재정위기는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위기와 맥을 같이 한다. 스페인은 10년간 부동산 호황기를 이어왔다. 은행들은 건설·개발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했고, 모기지 대출을 포함해 관련 대출 규모를 5배까지 늘렸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금융권의 부실자산 비율이 급증하면서 지금의 재정위기를 맞았다.
주목할 점은 한국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이 부동산 버블을 부추겼다는 측면이다. 미국발 글로벌 위기상황에서 저금리를 통한 유동성 확대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자금경색을 푸는 '단비'였지만 장기적으로는 버블붕괴라는 '폭우'를 불러 왔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국가들이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했고 여전히 출구전략에 대해 미적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2% 기준금리를 15개월째 동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스페인과 달리 부동산 버블 상황을 맞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뻐하긴 이르다. 한국이 부동산 버블을 피해 갈 수 있었던 것은 건설경기를 부양하면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대신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 부도가 현실화됐고 결과적으로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셜(PF) 상환이 어려워져 금융권의 부실자산 비율은 오를 수밖에 없다. 과정에는 차이가 있지만 스페인의 재정위기 상황과 유사한 결과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최근 환률 가치가 12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유럽의 재정 위기를 계기로 외국인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자금회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환률 상승 압박에 따라 정부가 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외환관리를 해놓고 있다지만, IMF사태 이후 우리 외환시장이 개방되면서 투기자본에 크게 휘둘린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 실제 우리가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외환거래량에 비하면 안정을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