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연계에는 신작보다 재공연 작품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김종욱 찾기>, <싱글즈>처럼 오픈런으로 공연 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계속하여 공연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기를 달리해서 공연장을 바꾸어가며 올라가는 재공연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쓰릴 미>, <맘마미아>, <올슉업>, <형제는 용감했다>, <미스 사이공> 등, 현재 예매 순위의 상위권에 올라있는 공연들도 대부분 재공연 작품들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공연을 다시 올림으로써, 좀 더 안정적으로 제작을 진행할 수 있고, 일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신작보다 안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관객 입장에서는 과거에 놓친 유명 작품을 재공연 때 관람할 수 있고, 좋아했던 공연을 다른 배우들의 버전으로 관람할 수 있는 재미도 얻어갈 수 있다.
그런데, 재공연에 따라 스태프, 배우의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재공연이라고 해서 다 같은 공연은 아니다. 기존에 썼던 무대 세트를 그대로 가져와 똑같은 무대 위에서 배우들만 다르게 캐스팅하여 공연을 다시 올리는 경우도 많지만,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올려지는 재공연들도 있다.
일례로 지난 14일부터 4번째 재공연에 들어간 뮤지컬 <쓰릴 미>는 무대, 의상, 조명과 같은 비주얼 요소와 연출 동선을 완전히 바꿨다. 같은 대본과 음악을 가지고 공연을 만들었지만, 연출부의 의도에 따라 새로운 공연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무대 세트의 구성이 달라지고, 의상은 배경이 되는 시대성을 살리는 선택을 했으며, 조명은 지난 공연보다 좀 더 다양한 효과를 시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배심원석’이라고 이름 붙여진 무대 위 관객석이다. 또한 미니멀하고 상징적이었던 무대 세트가 버려진 창고 내부로 바뀌었고, 공원의 나무, 집 안의 소파 같은 오브제를 설치하면서 무대 구성이 좀 더 디테일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작품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공간 속에서 관객들이 공연을 단순히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목격하는 적극적인 행위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관객과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물고, 배우들이 숨쉬고 말하는 공간을 관객들이 바로 옆에서 공유하면서 한 층 더 강렬하게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공연이라는 장르가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재공연을 거치며 작품이 업그레이드 되고, 새로운 차원의 공연으로 진일보하면서 관객들은 공연 관람의 새로운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쓰릴 미>는 신촌 더스테이지에서 11월 14일까지 공연한다. (문의.02-744-4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