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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건설 '1차 부도'소식. 고난의 전주곡 시작되나

지난 주 성지건설의 1차 부도 소식이 전해지자 건설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주택경기 침체로 도산 위기에 처한 건설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성지건설이 최종부도를 겨우 모면하며 부실 건설업체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견건설사인 성지건설은 만기도래한 어음 12억 원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다. 하지만 1차 부도까지 몰렸던 성지건설은 채권단의 지원으로 최종부도를 모면했다.

 

지난 4일 추가로 만기 도래한 어음 등을 포함해 총 25억 원 규모의 어음을 한동안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될 위기에 놓였지만 채권단이 어음을 결제해 부도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지건설관계자는 “현재 회사 차원에서 자구 계획을 수립해 이행할 예정”이라며 “농협과 국민은행이 45억 원씩 지원해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을 막기로 해 최종부도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전했다.

 

1969년 설립된 성지건설은 '형제의 난'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2008년 2월 인수했으며, 박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 별세한 뒤 장남인 박경원 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업계에선 성지건설이 최종부도를 면하긴 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일 채권은행들이 이달 말까지 시공능력 상위 300위권에 드는 건설사들의 신용위험평가를 마치고 내달 초 등급별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한 건설사들에게 채권은행의 사형선고가 내려지자 이번 달 말까지 진행될 채권은행단의 신용평가 및 구조조정에서 퇴출이 예상되는 기업 리스트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성지건설이 최종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이유로 성지건설의 핵심 사업이었던 여의도 파크센터가 미분양 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두산그룹 경영일선에서 밀려난 후 성지건설을 인수해 재기를 도모하던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자살한 것도 불안감을 부추겼다.

 

한편 지난달 말에는 성우종합건설과 현대시멘트가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성우종합건설이 서울 양재동 복합 유통센터 건설의 시공사로 참여해 재무상황이 나빠지자 이 회사에 지급보증을 선 현대시멘트마저 동반 부실로 워크아웃을 추진한 것이다.

 

국내 중견건설사인 성지건설이 최종부도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업계에서는 퇴출 공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았지만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 고난의 전주곡 시작되나

 

이처럼 건설사들이 휘청거리는 이유는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가며 주택시장이 장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권마저 주택시장 침체를 이유로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등에 대해 연장을 꺼리고 있어 자금사정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지를 결정할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주택사업 비중이 큰 중소 건설사 사이에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업 특성상 PF규모가 크고 미분양이 많은 업체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사 신용위험 평가가 부실 논란에 시달린 이후 건설 경기 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돼 그 어느 때보다 평가 강도가 엄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설업에 고난의 전주곡이 시작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지난해 B등급을 받았던 신창건설과 현진이 각각 작년 3월과 8월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올해 3월에는 역시 B등급이던 성원건설이 퇴출 대상으로 분류됐다”라며 “기존 평가의 신뢰도에 금이 간 이상 엄격한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 가까운 시간이 있었지만 B등급 이상 업체 중 구조조정을 제대로 한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들이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의 도움으로 안이하게 대처해 결국 구조조정이라는 고난을 자초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지난해 B등급을 받은 업체 가운데 이번에 C, D등급으로 분류되는 회사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성지건설1차 부도사태로 가시화되고 있는 이번 구조조정 작업은 건설업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채권은행단의 신용평가가 엄격해지고 금융권에서 또한 대출연장 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강도 높은 체질개선만이 살길

 

업계에선 최근 건설 및 주택 경기를 고려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구조조정 압박이 사라졌지만 그 동안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에게 링거주사를 꽂고 생명을 연장해온 것이라고 진단하며 강도 높은 체질개선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가망 없는 업체들은 과감하게 도려내 건설업계 전체의 건전성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재윤 대표는 “이번 구조조정을 그동안 외형 늘리기 식 주택산업에 치중해온 건설사들이 체질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근 민간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 및 주택시장경기 침체가 일시적인 공급 과잉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인구와 수요 감소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평가했다”며 “아파트 개발 산업 전체가 구조조정에 맞닥뜨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악성 미분양 물량을 반값에라도 팔아 부채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건설업체들이 주택사업 위주에서 탈피해 경기에 덜 민감한 토목이나 플랜트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야만 한다는 대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 건설업계의 위기는 미분양 누적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과 더불어 대형 PF 사업에서 투자자가 건설업체에 지급보증을 서도록 하는 건설금융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목소리고 높아지고 있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설시장을 왜곡하는 자금조달 방식 등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국 건설업계에서는 1차 부도사태 이후 성지건설이 최종부도를 모면하기 했지만 고난의 전주곡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