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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예기치 못한 교수형의 역설'

현장을 취재하다보면 섣부른 결과론을 볼 때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7월 전면 시행되는 공공관리제에 대한 반응이다. 공공관리제가 본격시행되기 전임에도 시장은 패러독스에 의한 결과론에 집착한다. 그리고 이런 결과론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 바로 ‘예기치 못한 교수형의 역설’이다.

어떤 죄수가 자신이 교수형 당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보자. 이때  집행인은 죄수에게 두 가지 사실을 말한다. 다음 주 언젠가 교수형을 당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날이 언제인지는 죄수에겐 비밀로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죄수가 목요일에 살아있다면 그는 금요일에 죽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 금요일에는 사형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전제가 “자신이 언제 교수형을 당할지 모르게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금요일부터 역으로 계속 추론하다보면 수, 화, 월요일이 제외되고 죄수는 자신이 교수형을 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죄수는 교수형을 당하고 그 날에 가서야 자신의 죽음을 알게 된다.

공공관리제를 둘러싼 시장의 반응도 이와 유사하다. 시장의 반응은 공공이 관리한다 하더라도 민간 방식에서 발생했던 비리가 전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추론에 의한 ‘결과론’일 뿐이다.

실제로 현장 곳곳에서는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눈먼 돈들이 사라지고 경쟁적인 OS요원가동이 사라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공공관리제가 정착해나가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기자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명확히 지적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든 결과를 단정 짓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공공관리자제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실패한다는 결론을 미리 내놓고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이는 교수형을 앞둔 죄수가 범했던 추론과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