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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주택시장 장기침체 늪으로 좌초되나(2)

이처럼 주택시장이 장기조정양상을 보이며 침체기에 빠지자 후폭풍에 대한 근심이 높아가고 있다. 주택시장 장기침체가 자칫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민경제가 악화되면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다시 주택시장경기가 경색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이 월 평균 2.8조원씩 증가했는데 이는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던 2006년의 2.2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 대출 잔액은 692조원인데, 이중 절반인 347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은행만 고려하면 지난 4월 현재 가계대출은 411조원이고,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269조원으로 65%를 차지하고 있다.

금리인상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한다면, 이들 중 일부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돼 어려운 서민경제를 더욱 옥죄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하반기에 예상되는 국내외 경제의 둔화를 고려했을 때 금리 인상을 쉽게 결정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의 초저금리를 지속하면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쌓여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기에 조만간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리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금리가 1% 포인트 상승 했을 때, 부채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고 총부채/실물자산액 비율(LTV)이 50%를 넘어선 고위험가구 비중이 2008년 1.4%에서 2.1%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한FSB연구소 보고서는 “현재의 경기 회복 속도를 감안할 때 2%인 현행 기준 금리는 2011~2012년경 3.25~4.50%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금리가 상승하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보유 주택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주택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가계부채는 2005~2009년까지 평균 11.6%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4.9% 수준이었다”며 “고용이나 소득 개선이 부진할 경우 부채상환 부담이 주택 매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관계자는 “다시 말해 금리인상에 따라 주택경기시장이 얼어붙는 악순환이 반복돼 장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며 “이럴 경우 서민경제가 입게 될 타격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경기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지역개발을 목적으로 태어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산하 도시공사들의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욱이 오는 2012년까지 이들 공기업의 채권 만기 도래액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돼 재무 부실화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남양주도시공사와 평택도시공사, 안산도시공사 등은 설립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해마다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재무상태가 악화된 것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해 개발한 토지나 아파트가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부실을 메우기 위해 지역주민들의 세금 부담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고 이 또한 서민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 대응책 무엇이 있나
공급 템포 조절, 실수요 확보 필요

지난 달 정부는 주택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미분양 주택을 우선적으로 감축해 나간다고 밝힌 바 있다. 주택업체의 자금사정 악화의 주원인으로 악성 미분양 주택이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매입을 5천억 규모에서 3조원(준공 전 미분양 2만호) 규모로 확대하고 중소업체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위해 중소업체의 미분양주택을 우선 매입하며 매입한도도 업체당 현행 1천억 원에서 15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미분양 리츠·펀드를 통해 금년 중 준공 후 미분양을 약 5천호 이상 감축하고 리츠·펀드 청산 시 주택매각이 되지 않을 경우 LH공사의 매입확약 규모를 현행 5천억 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한편 최근 주택거래가 위축돼 신규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구입자금을 융자하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보증도 지원해 주택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조치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급 템포를 조절하고 실수요에 부합하도록 공급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관계자들의 공론이었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주택시장침체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어떤 대응책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 ‘특단의 조치’…새로운 방향 제시할 필요도

매매부진으로 주택시장의 건전성이 악화되며 서민층을 옥죄기 시작하자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해 시장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또 건설업체들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어 건설시장의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후속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금자리주택 등 수요공급정책과 금융 규제를 동시에 활용해 집값 하양 안정화라는 중단기적인 정책 목표가 달성된 시점에서 DTI 등 규제의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시장 상황이 총체적인 악화 국면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상가 빌딩 등으로 확대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산업연구원원 관계자는 “LTV와 DTI를 10% 완화하면 수도권 미분양 물량의 절반을 해소할 수 있다”라며 “금융규제 완화로 악성 미분양 사태를 해결해 주택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건설관계자는 “부동산 PF의 경우 미분양 적체와 현금흐름 악화로 리파이낸싱에 의한 만기 연장이 대부분”이라며 “특단의 조치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공급템포 조절…단독주택 재건축 구역지정 보류

전문가들이 제시한 ‘주택경기 침체 대응 방안’의 한 가지는 신규분양물의 공급템포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난해 단독주택 재건축 단지에서 무더기로 구역지정이 반려된 이유는 정책적으로 공급템포를 조절하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라며 “재건축 단지를 재개발로 사업을 전환해 실수요를 반영하고 시기 및 물량을 조절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관계자는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지만 공급템포를 조절하기 위한 의도도 부정할 수는 없다”라며 “시 입장에서 타운하우스 개념을 도입해 공동주택의 다각화를 꾀하는 이유도 아파트 과잉공급을 조절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각종 개발 사업에 중대형 평수를 줄이고 소형평수 위주로 설계를 변경해 실수요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부천시 뉴타운 관계자는 “뉴타운 지구에서도 차후 일어나게 될 미분양사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나 조례개정을 통해 소형평수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주택시장 침체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들이 고려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 해소에 대한 보완대책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양책을 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 3구의 투기지역 지정이나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는 정부가 현재의 하락세를 안정적인 하락기로 보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해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도모하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