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이 잦아지며 하반기 부동산시장 판세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려 국토해양부는 건설업계와 잇따라 스킨십을 가지며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부동산시장 부양책이 곧 나오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차원의 부산한 움직임에 비해 하반기 부동산시장의 전망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도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인정비율) 등 금융대출 규제 완화나 미분양 양도세 감면 등 세제혜택 등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부동산시장이 장기침체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몇 년간 지속되면서 건설경기가 장기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거래활성화를 위한 실효대책에 대한 요구도 높아가고 있지만 악성 미분양 적체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하반기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은 실물경기의 불안정과 정부의 부동산 금융규제, 보금자리주택 공급확대로 인한 민간 시장의 위축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해 당분간 거래부진과 시장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부동산뱅크 이서호 연구원은 “정부정책 선회를 예고하며 부동산 시장 활성화 기대감과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시장에 공존하고 있다”라며 “이런 이유로 시장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본지에서 부동산 뱅크 김근옥 연구원, 사단법인리모델링협회 차정윤 사무처장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2010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전망해봤다.
◆ 서울 및 수도권, 당분간 침체 이어질 듯
하반기에도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이렇다 할 호재가 없는데다가 정부의 실제적인 정책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경기 회복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역별로 양도세 감면혜택을 연장하고 기존주택 거래 시 지원 방안을 내놓는 등 거래 활성화를 위한 처방전을 내놓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뱅크의 김근옥 연구원은 “경기침체에 따라 부동산 경기 회복도 더딜 것으로 보인다”라며 “미분양 양도세 감면이나 수도권 금융규제 완화 등 정책지원 외에도 경기회복 속도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이 상승할 만한 호재가 없는데다가 보금자리, DTI규제 등으로 매수세가 얼어붙었다”며 “앞으로 거래활성화를 위한 실효적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한 동안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사단법인리모델링협회 차정윤 사무처장은 “금리인상과 관련해 담보대출자들의 부동산 보유 여력이 줄어들고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으로 기존주택시장은 물론 민간분양시장도 위축돼 전반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장기 조정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며 “서울·수도권은 보금자리주택공급과 경기권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어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사라져 매수심리 자체가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과 향후 진행될 출구전략에 따라서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방향은 유동적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LTV, DTI 완화 여부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비교적 급격히 활성화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제시됐다.
◆ 지방…악성 미분양 적체, 회복 어려워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방의 경우 서울 및 수도권 지역보다 시장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악성 미분양이 계속해서 적체되고 있는 상황이라 미분양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방 부동산시장의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세제감면과 규제완화정책도 좀처럼 약발이 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분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이와 관련 차 사무처장은 “현재 미분양 사태를 겪고 있는 지방도시는 주로 50∼100만 이상의 중·대형 도시”라며 “미분양 사태가 3년 이상 지속됐고 전국적으로 18만 세대, 약 18조원 분량의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있어 조속한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지방 부동산은 투자의 대상보다는 실제 거주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보편적으로 형성돼 있다”며 “경기가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시장상황은 지속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해 지방 부동산시장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방의 재개발·재건축 시장도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지속적인 미분양 적체현상으로 사업성과 분양성이 낮아 사업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차 사무총장은 “미분양이 해소되기 전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또 다른 미분양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하반기에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현재 재건축 실행률이 1%에 머물고 있는 것이 재개발?재건축사업 위축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 특단의 대책…‘약’될까 ‘독’될까
지방에는 신규 아파트 공급이 많은 만큼 부담이 큰 재개발에 대한 수요는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보금자리주택 등의 저렴한 주택공급이 늘고 있어 지방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뾰족한 호재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 김 연구원은 “경기회복이 가장 큰 관건이지만 무분별한 공급을 규제하고 세제혜택을 대폭 제공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지방건설경기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이어 “지방 부동산은 실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가 대부분인 만큼 반값 분양을 통해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는 등 민간기업 입장에서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분양아파트가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유발하고 있는데다 내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우발채무 증가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미분양아파트 해소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론인 셈이다.
차 사무총장은 “현재 임박한 구조조정 바람에 의해 업계에 전체적으로 위기감이 서려 있다”라며 “하반기 실물경기 회복을 기대하고는 있지만 건설시장은 정부정책에 따라 큰 폭으로 좌우되기 때문에 일단 무이자대출, 분양가 지원 등 미분양 아파트의 혜택을 늘려 분양가 부담을 낮춘 뒤 정부정책을 기다리는 것이 순서”라고 설명했다.
채권은행단이 신용평가를 통해 건설사들의 옥석가리기에 나선 이상, 민간 기업 입장에서도 악성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실제적인 액션을 취해야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부동산시장이 장기조정국면을 거치며 안정적인 하락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판단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전문가는 “현재 부동산시장 기조는 침체라기보다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다”라며 “섣부른 세제혜택이나 금융규제 완화가 오히려 부동산시장 과열 및 투기 심리를 조장해 지금까지의 노력을 헛되게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동산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왈가왈부하는 상황에서 지방의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수도권을 제외하더라도 지방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고 악성 미분양을 해소함으로써 민간 기업들의 유동성에 숨통을 터줄 필요가 있다”라며 “임대사업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정책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