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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보이지 않는 손’ VS ‘보이는 손, 규제’

지난 5월 27일 우리자산운용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차문현 신임대표는 15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직원과 함께 머리를 숙이며 “우리가 죄를 많이 지었다. 머리를 더 많이 숙여야 한다”고 말하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우리자산운용은 지난 2007년 6월 ELF(장외파생상품)인 '우리투자스타파생상품 KW-8호'를 해외 금융사인 BNP파리바가 발행하는 ELF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소개했지만 임의로 미국 리먼브러더스에 투자해 이 회사의 파산으로 투자금 전액을 날렸다. 이 사건으로 소송이 제기됐고 작년 11월 23일 법원은 투자자의 손실액 전액을 보상하라고 판결했지만 우리자산운용이 항소하면서 최종 판결은 미뤄졌다.

법원으로부터 펀드운용으로 인한 손실 책임이 운용사와 수탁사에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일명 '깡통펀드'에 대한 보상 길이 열렸다며 환영했고, 자산운용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자산운용업계는 법원의 판결이 운용사의 자율권을 잃게 하고 공격적인 투자상품의 특성을 잃게 한다고 우려했다.


이 싸움의 핵심은 ‘운용사 자율권 대 투자자보호’의 대결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크게 보면 ‘보이지 않는 손 대 규제’의 대결이다. 이 대결구도는 자본주의 역사 내내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싸움을 해왔다. 초기에는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완벽한 시스템이라는 믿음으로 규제라는 불편한 손을 거부했다. 그러다 투기, 방만, 독점 등 부작용으로 시장이 혼탁해지면서 어김없이 규제라는 ‘보이는 손’이 등장했다.


지난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도 투자설명서, 펀드신탁약관, 심지어 관련 법규에서조차 불편하지만 필요한 보이는 손, 즉 규제가 없었다는데 있다. 더 혼탁해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김현연 기자 khyun@jk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