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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경찰 ‘피의자 고문’ 사실 놓고 의견대치

경찰이 피의자를 고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16일 서울 양천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피의자를 고문했다고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측은 정은식 양천서장을 대기발령 조치를 취했고 고문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감찰 조사에 들어갔다.

인권위는 이날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까지 서울 양천경찰서의 한 강력팀에서 조사를 받은 피의자 32명을 대면 조사를 실시했다"며 "그 중 22명이 경찰로부터 범행 사실을 자백하라고 고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경찰관 5명에게 검찰에 고발 및 수사 의뢰하고, 경찰청장에게 양천경찰서의 직무감찰을 권고했다.

또 인권위는 고문을 참지 못한 피의자가 경찰에 자백한 혐의 상당 부분이 허위로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8일 체포된 한 피의자는 "범행장소를 정확히 말 못한다고 팀장이 날개꺾기 고문을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9월 24일에 연행된 한 피의자도 "11건의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가 검찰 조사에서 5건으로 줄였다. 나머지 6건은 허위 자백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 붙잡힌 한 피의자도 경찰관들이 범행을 자백하라고 입에 재갈을 물리고 스카치테이프로 얼굴을 감싼 뒤 폭행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수사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준수하고 피의자 인권을 더욱 철저하게 보호하도록 전국 경찰관서에 긴급 지시를 내렸고 경찰관 인권의식 함양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양천경찰서 정은식 서장은 "내부 조사를 벌인 결과 고문한 사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경찰 내무 CCTV를 확인한 결과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자료는 전혀없다" 밝혔다.

이해식 형사과장도 "일부 검거 과정에서 물리력 행사가 있었지만, 조사 과정에서 테이프나 재갈 등을 이용한 고문과 폭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피의자 고문 의심을 받고 있는 한 경찰관은 "인권위에 진술한 피의자 중 한 명은 머리에 난 상처를 붕대로 감은 채 마약을 하다 잡힌 전과 16범이다. 우리가 머리에 상처를 내지 않았다"며 "병원에 데려가 이마의 찢어진 부위를 꿰매줬더니 맞아서 생긴 상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재열 서울지하철경찰대장을 양천서장으로 발령하고 정 전 서장을 서울경찰청 경무과로 대기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