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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건설사 부고

부고는 늘 급작스럽지만, 건강한줄 알고 있던 지인의 부고는 더욱 그렇다. 평소 병원 한번 가지 않았다는 얘기가 안타까운 마음을 더한다. 최근 건설사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건설사들의 부고가 급작스럽게 들려온다. 


25일 채권은행들이 건설사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100대 건설사의 구조조정비율이 30%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해지면서 증권가도 술렁였다. 전국 방방곡곡에 대형아파트를 세우고 해외사업까지 확대했던 건설사의 부실은 급작스럽다. 임종을 앞두고 병원으로 향했던 걸음이 마지막이 된 듯하다.

 

2000년대 부동산시장 호황기 때, 너도나도 대형 주택사업에 뛰어들었던 그들이다. 자신들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달려들었다 체력은 소진됐고 건강까지 나빠졌다. 위험신호는 일찍이 감지됐지만 어느 누구도 병원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내려진 진단은 사망이다.

건설사는 서서히 부실해져갔지만 미래에 대한 막연한 낙관에 빠져있었다. 사업규모를 무리하게 확대하면서 빛은 산더미처럼 불어났지만 손은 벌써 분양가에 가구 수를 곱하고 있었다. 이는 마치 숨이 막히고 각혈을 하면서도 산등성이 너머에 있는 불로초를 떠올리며 뛰고 있는 노인의 모습과 같았다.


우리는 어떤 사태를 맞이했을 때 흔히 ‘진단과 처방’을 얘기한다. 올바른 진단에 알맞은 처방은 가장 좋은 해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속설에 잔병치레가 많으면 장수한다는 말이 있다. 본뜻은 다르지만 달리 해석하면 잔병일 때 알고 치료하면 장수한다는 말도 된다. 속이 곪아 터질 때까지 놔두지 말고, 미리 그리고 자주 진단을 하자는 말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라는 말도 있다. 살아남은 건설사도, PF를 남발했던 은행도, 감독에 소홀했던 당국도 이 말을 명심하자.


증권금융부 김현연 기자 khyun@jk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