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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택시장 더블딥 있다? 없다?

2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5월 기존주택판매가 예상과 달리 부진하면서 뉴욕증시가 하락했다. 단기적인 조정국면이라는 분석과 함께 일각에서는 미국 주택시장이 더블딥에 빠져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전미부동산중개협회(NAR)가 발표한 미국의 5월 기존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2.2% 감소한 연률 566만채를 기록했다. 당초 예상은 전월 대비 6.0% 증가한 연율 612만채를 기대했지만 예상은 한참 빗나갔다. 5월 주택판매가 부진했던 원인에 대해 미국 정부의 최초 주택 구매자를 위한 8000달러 규모의 감세 혜택이 사실상 종료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더블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발표 전날, 월가의 유명 애널리스트 메레디스 휘트니가 미국 주택시장이 더블딥에 빠지면서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경고해 더블딥에 대한 위기감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더블딥 온다 - 빠른 경기회복 오히려 위험


더블딥에 대한 우려는 미국경제의 현재양상이 과거 1991년 U자형 경기회복기보다는 1980년 W자형 경기회복기와 유사하다는데 있다. 특히 경기침체의 골이 워낙 깊었던 만큼 회복을 위해 시장에 푼 유동성이 막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기회복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한 점에서 오히려 더블딥의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나중혁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장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면서 경기를 끌어 올렸지만 이에 비해 소비와 투자 부문에서는 큰 성과가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경우 난국을 비켜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80년 초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기가 결국 3분기 만에 또 다시 2차 경기 침체에 빠진 것은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풀기 어려운 국면을 맞닥트린데 있었다.


더구나 지금의 미국 경제위기가 서브프라임모기지라는 주택시장의 붕괴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더블딥의 가능성이 크다. 세제혜택 기간에 단기적으로 수요가 집중됐고 더 이상 수요를 기대할만한 메리트도, 수요가 발생할 만한 내수기반도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나 선임연구원은 “당시의 상처인 담보·연체 압류주택이 여전히 산재해 있고, 경기가 살아나면서 공급량도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 주택세제혜택이 종료되면서 수요는 감소했고 주택구매 메리트도 없어 더 이상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주택시장 더블딥의 국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나 선임연구원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금융권과 수출위주의 개방형 경제구조에서 어느 정도 충격은 피할 수 없지만, 판로가 과거와 달리 아시아권으로 분산돼 있고 환율상승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며 “과거 미국발 경제위기와 같은 수준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블딥 없다 - 정부 재정지출여력 충분

 
미국 주택시장의 더블딥 가능성을 낮게 보는 입장은 5월의 부진을 정부정책효과 소멸로 인한 조정국면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주택세제혜택을 받기 위한 수요가 단기에 집중되면서 판매지표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점에서 단기적으로 조정양상을 피할 수 없지만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유미 KTB증권 연구원은 “주택소요여건 자체가 크게 악화된 것은 아님을 고려해보면 조정의 강도나 기울기는 점차 둔화될 수 있으며 시장의 민감도도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전히 5%를 하회하는 모기지 금리와 당분간 미국이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주택시장에 대해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개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은행들의 공격적인 주택차압 가능성이 있지만 이러한 경우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서 은행의 모기지 채무 재조정 조건 완화나 주택차압과 관련한 해소책 등이 좀 더 강화되면서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G20정상회담을 앞두고 경기부양공조가 여전히 필요하다며 일정수준의 재정지출이 필요하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보면 정부의 완충역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민간소비부문이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아울러 연내 금리인상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더블딥 가능성은 낮다”며 “3분기까지 조정을 거치면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