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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무대로 연주여행을 다니는 네 남자

‘앙상블 디토’의 네 번째 시즌을 기념해 포토에세이 『클래식 보헤미안』을 출간했다. 이 포토에세이를 통해서는 ‘앙상블 디토’는 문학동네와 ‘앙상블 디토’의 소속 기획사 크레디아는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스테판 피 재키브(바이올린), 마이클 니콜라스(첼로) 그리고 지용(피아노), 네 명의 멤버들의 평범한 하루를 통해 젊은 클래식 음악가들의 인생과 음악을 향한 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촬영은  ‘소녀시대’, ‘동방신기’ 등과 작업했던 사진작가 한종철이 맡아 네 멤버들의 생활터전인 뉴욕 맨해튼 현지에서 이뤄졌다. 한종철 작가는 멤버들의 가장 전형적인 일상을 사진에 담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뜨는 시간부터 연주로 하루를 마감하기까지의 발자취를 성실히 뒤따라간다.

멤버들은 각자의 방에서 아침을 맞고 외출준비를 한 후 집을 나선다. 맨해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허름한 건물 옥상에서, 수많은 뉴요커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작은 벤치가 놓인 한적한 공원에서, 그리고 아담한 카페테리아에서 그들은 홀로, 그리고 또 함께 악기를 연주한다. 분주한 도시 한복판에서 우연히 서로를 스쳐 지나갔던 네 명의 청년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맨해튼 중심가의 어느 골목 레스토랑에서 다시 만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연주를 시작하고, 어느새 한 몸, 한마음이 되어 멋진 공연을 만들어낸다. 음악을 사랑하고 그 감동을 사람들과 나누길 좋아한다는 공통분모로 자연스럽게 모여, 음악을 향한 열정과 우정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앙상블 디토’ 멤버들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시놉시스라 할 수 있겠다. 무대에선 볼 수 없었던 가장 그들다운 모습, 가장 그들다운 삶을 빼곡히 담고 있는 이 책은 멤버들의 진솔한 이야기, 350여 쪽에 걸친 화려한 컬러 화보, 직접 연주한 세 곡의 노래를 담은 CD와 함께, ‘앙상블 디토’에 대한, 그리고 클래식 음악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클래식계의 아이콘 ‘앙상블 디토’의 감성일기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방랑자인 보헤미안과 일 년 내내 전 세계를 무대로 끝없이 연주여행을 다니는 ‘앙상블 디토’ 멤버들의 삶은 매우 닮아 있다. 그것은 누구나 한 번쯤 동경할 법한, 자유롭고 화려하고 황홀한 인생이다. 끝없이 예술적 영감을 공급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음악가들에게는 필연적인, 선택의 여지없이 수용해야만 하는 삶의 양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구상 어느 곳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인생을 공유할 수 없다는 점에선, 분명 녹록하지 않은 인생일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무대에선 다 이야기하지 못한, ‘사람’이기 이전에 ‘연주자’로 인정받기 위해 치열하게 고투하며 줄곧 가슴속에 묻어두었을, 네 멤버들의 깊은 속내를 듣게 된다. 화려한 무대 위의 프로페셔널이 아니라, 꿈꾸고 욕망하고 좌절하고 또 희망하는 한 사람으로서, 잠시 악기를 내려놓은 채, 답답한 턱시도를 벗고, 뚜벅뚜벅 우리 곁으로 내려와 가장 약하고 꾸밈없고, 그래서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들려주는 것이다. 뛰어난 연주자로 성장하기까지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음악에 저당 잡힌 채 바쁘게 달려온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자신의 인생을 ‘끝도 없이 달려야 하는 마라톤’에 비유하는가 하면, 간절히 원했던 음악학교에 가지 못해 잠시 좌절했지만 가족의 말없는 응원으로 다시 지독한 연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일화로 뭉클하게 한다. 또 ‘한 곳에 오래도록 뿌리내리는 작은 식물을 키우며 살고 싶다’고 고백한 대목에서는 유랑하는 삶의 피로함과, 정착을 향한 그의 갈망을 읽을 수 있어 작은 연민을 자아낸다.

‘사람’이기 이전에 ‘연주자’이길 선택한 ‘앙상블 디토’ 네 명의 멤버에게 이제 악기는 인생의 동반자요, 연주는 소통수단이며, 음악은 추억이자 미래이고, 오늘 아침 눈을 떠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이다. 음악과 삶을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없는 그들에게 음악은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존속해주는 유일한 무엇인 것이다. 『클래식 보헤미안』은 삶과 음악이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일체를 이룬 ‘앙상블 디토’ 멤버들의 일상을, 음악을 향한 그들의 거침없는 열정과 욕망을 조금의 가공도 없이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음악을 향한 그들의 고백은 그러나 과장이나 억지의 흔적 없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타고난 음악가’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느끼게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는 음악이 “내가 살면서 배운 그 어떤 것보다 마음을 크게 움직”인다며 “바이올린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나의 삶인 것 같다”며 음악가로서의 숙명을 되새긴다. 피아니스트 지용은 “온몸으로 서로를 내던지는 가장 멋진 내 춤의 파트너”라며 피아노에 대한 사랑을 과시하고,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귀와 눈이 멀고, 오직 공기의 진폭만으로 가늠하며 마음껏 달”린다고 말한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그가 마주하는 것은 결국 ‘삶’이다. “그 뜨거움과 처음 마주했을 때, 전율했다”다고 그는 고백한다.

 앙상블 디토와 함께하는 디토 페스티벌은 6월 22일 ~ 7월 4일까지 호암아트홀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된다. 티켓은 7-3만원까지, 클럽발코니(www.clubbalcony.com 1577-5266), 인터파크(www.interpark.com, 1544-1555)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