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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무능하고 무성의한 공직자의 소관미루기

정부부처나 공기관을 보면 체계적으로 부서가 세분화돼 있다. 그런데 취재를 위해 전화를 하면 막상 질문에 답해주는 부서가 없다. 홍보실이나 대변인실 기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소관미루기'를 하기 때문이다.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답변을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때부터 힘겨운 소관찾기가 시작된다. "다른 부서로 돌려주겠다", "여기 말고 저기에 전화해봐라", "정확히 모르지만 우리 부서는 아닌 거 같다" 등 한참 '뺑뺑이'를 돌다보면 우습게도 처음 전화한 곳이 나오기도 한다. 또 서로 자기 소관이 아니라며 상대 부처를 비난하기도 하는 황당한 일도 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언제나 특정 한 분야에서 한 가지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한 가지 일에 대해 알기위해서는 관련된 여러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한다. 소관이 아니라는 말이 '무성의'하고 '무능'하게 들리는 건 이 때문이다. 자신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일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무능이고, 조금만 관련이 있기 때문에 소관이 아니라고 우기는 것은 무성의하다.

공직자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소관 미루기'를 당한 것도 새삼스러울 것 없다. 그럼에도 새삼스럽게 지적하는 것은 공직자도, 기자도 국민에 대한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사명과 기자의 사명이 맞닿는 곳이 바로 국민이다. 우리의 서비스 대상은 고객이 아닌 국민이다. 그래서 국민에게 내놓을 기사를 쓰는데 도와주질 못할망정  '소관미루기'를 하는 것에 분개한 것이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하반기부터 신규채용 공무원에게 공직자로서 직무에 충실하겠다는 선서를 하도록 하는 안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반갑기도 하고 '쇼'하는 거 아닌지 의심도 가지만, 밑지는 셈치고 다시 기대를 갖어 본다.

글ㅣ증권금융부 김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