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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주공5단지, 조건부 재건축 결정…호재? 현실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함께 강남권 중층재건축아파트의 상징으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가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서울 송파구(구청장 김영순)는 어제 오후 안전진단자문위원회를 열어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에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하는 D등급 판정을 내렸다고 이날 밝혔다.

송파구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는 안전진단 전문기관의 평가에서 최종 성능점수 50.40점을 받았다.

안전진단평가에서 최종 성능점수가 56점 이상이면 유지보수, 31~55점은 조건부 재건축, 30점 이하는 재건축 대상으로 분류된다.

조건부재건축은 노후·불량 건축물에 해당해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구조안정성에는 치명적 결함이 없어 지방자치단체장이 재건축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등급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총 3천930세대로 지난 1978년 준공 후 약 32년이 경과한 노후·불량아파트 단지로 주차장 및 설비노후화, 구조적 결함 등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해 주민들의 재건축 열망이 강한 지역이었다.

이후 지난 2003년 12월에 재건축을 위한 추진위원회 구성을 완료했으나, 지난 2006년에 안전진단 예비평가에서 유지보수 판정을 받아 재건축사업이 추진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에 추진위원회는 안전진단을 다시 신청, 지난 3월 잠실주공5단지아파트의 안전진단 용역을 발주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했다.

이와 관련 구 관계자는 “잠실5단지아파트의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최종 조건부재건축인 D등급(최종 성능점수 50.40)으로 판정돼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지역 내 다른 중층 노후아파트단지의 재건축 사업추진에도 탄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정부의 재건축을 통한 도심지 주택공급 확대정책에도 큰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송파구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확정판정으로 지지부진했던 송파구 내 다른 중층 노후아파트의 재건축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재건축을 통한 도심지 주택공급 확대정책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구는 잠실5단지아파트의 재건축사업 시행이 결정됨에 따라 내달부터 조합설립인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내년에 사업시행인가 등 잠실5단지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재건축 결정 호재?…글쎄

잠실주공5단지가 조건부 재건축 허용 판정을 받음에 따라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이번 조건부 재건축으로 향후 집값 움직임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잠실 주공 5단지의 재건축 결정이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함께 대표적인 중층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3종 주거지역으로, 부지면적 34만6천500㎡에 3천930가구로 이뤄져 있다.

현 용적률은 138%로, 재건축추진위원회는 3종 주거지역의 법정한도 용적률인 300%를 최대한 적용해 9천800가구 규모의 단지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그대로 성사되면 현 소유주는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당장 잠실주공5단지의 가격이 뛸 수는 있지만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첫 번째 이유로 재건축 사업은 안전진단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사업이 완료되기까지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는 점이 손꼽히고 있다. 조합설립 이후 사업시행 인가, 시공사 선정 총회, 관리처분계획 총회 등 굵직굵직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입주가 완료되려면 길게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해 주택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거래 자체가 실종된 시장 분위기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단지는 지난 2월12일 이후 20주 연속 하락 중이다. 게다가 이미 재건축 기대감에 의해 가격이 정점을 찍었다는 시각이 강해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이 불안심리 확산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돼 매매가격이 하락하는 분위기”라며 “은마의 사례를 보듯 재건축 조건부 허용이 즉시 가격 회복 또는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결정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연초 10억원 대 초반을 맴돌던 112㎡형이 최근 10억6천만~10억7천 만원을 오르내리는 등 안전진단 통과에 대한 기대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들며 큰 폭의 집값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재건축 전문가 S씨는 “재건축안 통과를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라 가격에 이미 재건축 호재가 반영돼 있다고 보는 게 맞다”라며 “매도 희망자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매수자들이 앞으로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가 가격의 흐름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해 이번 결정이 큰 호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