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자들의 물가안정에 대한 발언이 이어지면서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더 이상 저금리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유동성이 확대돼 있다는 판단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그칠 것이며 장기적으로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디플레이션 VS 인플레이션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눈앞의 인플레보다 등 뒤의 디플레를 걱정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은 단기에 그치겠지만 장기적으로 디플레이션에 대한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염 연구원은 "아웃풋갭(Output Gap,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 차이)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어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걱정해야 할 것은 인플레이션보다는 일본식 디플레이션이다"고 말했다. 현재의 잠재성장률은 결국 미래 실질성장률이기 때문에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나중혁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빠르면 3개월, 늦어도 9개월 내에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나 선임연구원은 "인위적인 유동성확대로 빠른 경제회복을 보인 점에서 미국과 우리의 상황이 비슷한 면이 있다"며 "인플레이션과 동시에 소비침체가 일어나 금리인상조치를 취하기 곤란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세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입물가가 오르고 따라서 국내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 상황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리인상, 해외 유입 유동성 축소 VS 유지
염 연구원은 디플레이션 우려의 근거로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유동성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염 연구원은 "유럽의 선진국들은 더 이상 부채를 증가시킬 수 없는 상황이어서 긴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유동성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유동성 축소 폭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염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대출수요가 더욱 감소하는 가운데, 원화 가치는 상승해 경상수지 흑자폭이 축소되면서 해외 유입 유동성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나 선임연구원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유동성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펀더멘탈이 좋아 세계 경제와 정반대로 주가가 혼자 올랐다"며 "금리가 인상되면 환차익이 더해지기 때문에 해외 유입 유동성이 감소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유동성 축소로 인한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률 측면에서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나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세계경기 침체 상황에서 홀로 선방하며 많은 이득을 취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외부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다"고 예측하며 "금리인상으로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대외무역에서 우리가 손실을 떠안고 남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과 대응
염 연구원은 금리인상 조치에 대해 "첫 금리인상 조치는 계속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긴장감을 조성해 대출상환을 촉진한다"며 "동시에 더 오르기 전에 사두려는 심리가 작용해 소비 축소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기적으로 디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1~2년간 단기적으로 적정한 인플레이션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GDP대비 가계부채가 80%수준으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중간 수준인데 반해, 소득대비 가계부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며 "적정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물가상승률 대비 이자율이 낮으면 부채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생산력 감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 결국 재정, 통화정책 모두 완화기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반면, 나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막대한 유동성을 풀었지만 정작 자금은 대기업에 들어 간 것이지, 일반 서민에게 들어가지 않았다"며 "저금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인플레이션 압력만 키우기 때문에 저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서서히 진행돼야 하고 그 시기는 독자적으로 하는 것보다 선진국들의 금리인상 시기에 맞춰 함께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