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와 유로, 엔화 등 환율 움직임이 특별한 방향성 없는 혼조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가운데, 유로화와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7일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별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환율 움직임에 원화환율 움직임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혼조세 중심은 美 경기에 대한 실망감
6일 유럽증시가 일제히 2~3%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스페인이 10년 만기 장기국채 매각에 성공했다는 소식으로 유럽재정위기 리스크가 완화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반면 미국 다우지수는 약세장으로 시작해 마감 시점에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고, 6월 서비스업 지수와 고용지수 등이 하락한 것으로 발표돼 미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더해졌다.
그간 유럽재정위기를 중심으로 글로벌 침체에 대한 우려가 극대화되면서 안전자산선호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젠 반대로 그 중심이 미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은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유럽은 상반기에 비용을 치르면서 바닥을 찍고 올라갈 것으로 보는 반면, 미국은 하반기에 본격적인 침체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나중혁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환율은 상대적이라는 점에서 유럽의 사정보다 미국의 사정이 더 안 좋아 질수도 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화강세, 갈 곳 잃은 수요 몰려
일본 경제가 특별한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엔화는 강세움직임을 보였다. 과거에는 엔화가 안전통화에 속해 위험자산회피목적으로 수요가 몰리기도 했지만, 현 상황에서는 적절한 분석으로 보기 힘들다. 결국 엔화강세 움직임은 방향성이 없는 혼조세 상황에서 갈 곳을 잃은 수요가 몰렸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엔화강세는 추세라기보다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주옥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엔화가 여전히 안전통화로 선호되기도 하지만 이는 심리적인 요인일 뿐, 특별한 펀더멘탈이 없기 때문에 실제요인을 반영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달러에 대한 위기감으로 인해 엔화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추세로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도 엔화강세가 실제요인에 근거하지 않은 시장심리의 영향이라고 판단했다. ‘7월 월간전망보고서’에서 “손바닥 뒤집듯 금세 변하는 못 믿을 시장심리, 보화뇌동하기 쉬운 시장참여자들의 정교하지 못한 거래 관행”을 환율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는 그는 “엔화가 왜 안전자산인지 설명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원화환율 전망 어렵다
환율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에서 원화가 강세를 보일지, 약세를 보일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대체로 원화약세, 즉 환율상승을 점치는 쪽이 우세했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의심이 커지면서 원화강세 전망에도 힘이 실리면서 뚜렷한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송재혁 SK증권 연구원은 “외부환경이 좋아져야 원화환율이 내려가겠지만 상황은 답답한 흐름이고, 그렇다고 원화강세 요인도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방향성이 없어 추세를 읽고 배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센터장도 “환율 움직임에 연결고리가 약해져 지켜봐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달러강세흐름과 위안화절상 이슈에도 불구하고 1100원 하향돌파가 실패했다는 예를 들어 환율의 적정가치가 높지 않다고 밝힌바 있다.
반면, 나중혁 선임연구원은 “유럽은 단기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묶여 있고, 미국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점차 원화강세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김재은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의 향방이 원화의 움직임 지켜보는 중요한 잣대라며 “미국의 지표가 부진했지만 예상 가능한 범위였고, 더블딥 가능성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 경기가 4분기까지 둔화움직임을 보이면서 원화강세가 지속되겠지만, 전고점을 넘지 않고 박스권내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