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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돈 없으니 배 째라” 악덕채무자가 따로 없다

법적 근거도 없는 지불유예선언이 일선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사이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지자체 재정상태가 파국으로 치달으며 야심차게 진행하던 초대형 개발사업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다.

성남시는 채무자인 국토부와 LH에 “사업비를 다 써버렸으니 돈을 지불 못 하겠다”고 선언했다. 악덕채무자가 돈을 못 갚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모습이다.

대전시 동구청과 부산시 남구청은 수백억원대의 호화판 신청사를 짓다가 재정이 파탄 나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월급도 줄 형편이 못돼 지방채를 발행해 월급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 또한 가관이다. 빚내서 호화생활을 영위하다 또 다시 빚내서 월급을 주겠다는 심보다.

비단 대전과 부산뿐 아니라 빚더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지자체는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올해 지방채는 30조원대로 육박할 것으로 전망돼 지자체의 줄도산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돈 없으니 배 째라”는 식의 자세는 곤란하다. 인건비 절감이나 구조조정과 같은 자구 노력 없이 일단 빚내서 쓰고 국민 세금으로 막아보자는 자세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런 지자체의 행동에 제동을 걸기 위해 행정안전부는 ‘지방재정 사전 위기경보 시스템’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곳간’을 비웠다면 1차적인 책임은 담당 단체장과 공무원이 져야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법 개정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유야무야 넘긴다면 그 빚이 고스란히 국민혈세로 전가될 게 뻔하다. 시민 복지와 무관한 사업으로 재정을 파탄 낸 장본인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한편 도덕적 책임 또한 엄격하게 물어야한다. 책임을 지지 못하는 위정자는 단순한 도둑일 뿐이다.

글ㅣ산업부 임해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