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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증권사, 살 때는 알고 팔 때는 모른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과 얘기하다보면 가끔 개인적인 '소신'을 말해 줄 때가 있다. 연구원의 판단이 증권사 의견과 다르다는 것인데 대체로 증권사는 나쁘지 않은 전망을, 연구원은 나쁜 전망을 한다. 더 정확히는 증권사는 딱 잘라 팔라고 얘기하지 않고, 연구원들은 팔 때라고 얘기한다. 물론 이런 '소신'은 '오프더레코드'인 경우가 많다. 증권사는 사라고 얘기할 때는 힘주어 얘기하다가도 팔아야 하냐는 물음에는 지켜보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권사는 매도의견을 단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제시된 상장 종목 투자의견이 1만9205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6개월에서 1년 내에 주가가 30%이상 오를 것이라는 강력매수 의견이 259건, 10%이상 상승예상이 1만6112건, 10%범위에서 등락이 유지될 것이라는 중립 의견이 2799건이었고, 그나마 비중축소 의견이 35건이었다.

 
한 증권사 광고에 "펀드가 김장독이야, 왜 만날 묻어만 두래"라는 카피가 나온다. 주식은 주가가 올라도 팔아서 차익을 남기지 않으면 수익이 되지 않는다. 오르는 주식을 계속 묻어만 둬서는 투자의 목적인 수익을 남길 수 없다는 것이다. 계속 오르기만 하는 주식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증권사가 팔 때를 알려주지 않는다면 비싼 수수료를 떼어 갈 이유가 없다. 이 수수료야 말로 투자손실보다 더 아까운 돈이다.

 
기자는 투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증권사에 일원 한푼 준 적이 없다. 주식을 팔아야 할 때를 알아야 하는 것은 귀한 돈을 떼어 주는 투자자다. 기자만 아는 연구원의 소신이 아닌 투자자가 알 수 있는 증권사의 소신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