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동네 시장 진입을 둘러싼 분쟁 가운데 절반은 자율조정으로 해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청은 20일 2008년 7월부터 지난 16일까지 중소상인들이 대형 유통업체의 SSM 때문에 상권을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사업조정 신청 175건 가운데 50.3%인 88건이 자율조정으로 해결됐다고 밝혔다.
여러 가지 사유로 조정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신청이 반려된 사례는 16.5%인 29건이었으며 정부의 강제조정이 내려진 경우는 2.2%인 4건이었다. 아직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54건(30.8%)까지 포함하면 자율조정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율조정은 SSM이 판매 품목이나 영업시간 등을 일부 줄이거나 서비스에 제한을 두도록 하는 선에서 자유롭게 이뤄진다.
하지만 중소상인들은 아직 특별한 대책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자율조정을 선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1일 분쟁이 마무리된 전북 전주 효자동에 있는 GS슈퍼마켓 사례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SSM 매장은 구매 액이 2만원 이상일 때만 무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고, 쓰레기봉투를 판매하지 않기로 하는 등을 합의했고, 하절기에는 오후 11시까지, 동절기에는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하기로 결정하며 분쟁을 매듭지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으로 중소상인들의 불만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돌아올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합의에서 내거는 조건이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생필품 판매를 일부 제한하는 등 미약한 수준이다.
정부가 나서서 구체적인 피해조사를 실시한 후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소상인들은 입점을 앞둔 SSM 점포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 사전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지자체에서 조정이 안 될 경우 중기청이 사업조정위원회를 열어 조정에 나선다.
그러나 상인들이 자율조정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절반이나 차지하는 이유는 강제조정보다 서로에게 유리한 조건을 더 제시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율조정에 실패하는 경우에는 중기청이 강제조정을 하게 되고 이는 입점 유예의 형태로 돌아온다. 이는 잠깐 동안 시간을 버는 것 외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 양측 모두 꺼리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SSM은 입점에 성공하고, 중소상인들은 유리한 조건을 추가로 제시하거나 시장발전기금 등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서로 타협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전통시장 반경 500m 내에서는 SSM의 등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면서 가맹점형 SSM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SSM 규제 법안은 정부쪽 유보 주장에 밀려 아직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며 언제 본회의에 상정될 지도 미지수이다.
지지부진한 법안으로 현재 중소상인들은 대형 유통사와의 다툼을 빨리 끝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율조정이나 가맹점 전환을 선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7월 이후 상생 합의된 점포를 포함해 오픈 지연 등으로 인해 입은 피해액은 약 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국적으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35개, 롯데슈퍼 4개, GS슈퍼 7개, 이마트 에브리데이 7개, 킴스클럽마트 5개 등 약 50개 이상의 점포가 영업을 하지 못해 생긴 피해액까지 합친다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이는 유통산업의 매출을 무시할 수 없는 국가 경제에도 큰 손해다. 중소상인들을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