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2분기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사상최대'라는 말이 너무 흔하게 나오고 있어 별일인가 싶기도 하다. 한두개 기업도 아니고 삼성전자, LG화학, 신세계 등 이름난 대기업들의 실적 자랑이 이어진다. 신기하게도 글로벌침체로 다들 힘들 때 우리도 힘들다고 아우성이던 대기업들이 막상 돈을 세보니 '사상최대' 돈을 벌었다. 얼마 전 대기업들의 현금성자산이 불어나 있던 것이 의아했는데 이번 사상최대 실적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정부가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인하, 기술탈취 등 불공정행위를 특별조사한다고 나서자 대기업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세계기업들과의 무한경쟁상황에서 원가절감제지는 기업경쟁력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눈감아 달라는 의도는 황당하지만 이 말에는 솔직한 고백도 담겨있다. 대기업의 최대실적을 가능하게 한 기업경쟁력의 상당부분이 원가절감이었다는 것, 즉 대기업의 최대실적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싼값에 부품을 넘겨준 중소·하청업체의 공로가 크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기업 상호 간 성과에 대한 배분이 명확하게 이뤄졌는지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기업들이 그동안 성과를 충분히 나누고도 많은 돈을 벌어왔다면 조사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대기업은 놀부'라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오해라고 항변하고 싶다면 오히려 이번 조사를 환영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문제는 하루이틀 나온 얘기가 아니다. 대기업이 살아야 아래 기업과 서민까지 산다는 말도 하루이틀 나온 말이 아니다. 대기업이 막대한 돈을 끌어 모은 것도 하루이틀 아니고, 중소기업·서민들 죽는다는 곡소리도 하루이틀 들리는 게 아니다. 다들 힘들 때 이룬 사상최대실적의 비법이 사람들의 기름땀과 눈물의 성과까지도 차지한 것이라면 비법이 아닌 천하의 몹쓸 악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