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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같이 살자, 같이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주(州)의 볼로냐시(市). 인구가 40만이 채 안 되는 이곳에는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자동차 같은 대기업이 없다. 물론 대규모 공단도 없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의 소득은 연 4만 달러로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근 세계가 경제위기 속에 어렵다고 난리지만 이곳은 예외인 듯. 볼로냐시의 튼튼한 경제의 원동력은 협동조합을 근간으로 하는 바로 ‘협동’이다.

이탈리아에는 4만3,000여개의 협동조합이 있다. 1854년 토리노 노동자들이 만들었던 최초의 소비자협동조합을 시작으로 그 역사는 150년이 넘는다. 협동조합들은 19세기 이후 경제위기를 겪을 때마다 크게 발전했고, 현재 지역사회를 받치는 큰 힘이 됐다.

현재 이탈리아의 4만3,000여개의 협동조합 중 1만5,000여개가 볼로냐시가 속한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에 있다. 이곳의 인구는 이탈리아 인구의 7% 수준이지만, 국내총생산(GDP)의 9%를 생산하고, 이탈리아 전체 수출의 12%를 차지한다고 캐나다의 레스타키스 교수는 논문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는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은 모든 업종이 협동조합과 중소기업의 네트워크로 성공한 지역” 이라며 “이탈리아의 시민사회 민주주의가 기업의 철학에 스며들었으며, 협동조합의 원리가 시장경제를 지배하는 사회”라고 한다. 치열한 경쟁보다는 ‘협동’이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는 좋은 본보기이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대기업이 이 사회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이들이 없는 대한민국은 상상할 수가 없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이익을 대기업이 가져가는 구조에서 탈피해 중소기업도 같이 성장하자는 것이다. 마침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지식경제부는 고강도 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내놓겠다고 나섰다. 말로만 끝나지 말고 중소기업인 들의 숨통이 트이도록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우리도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의 1만 5,000여개의 협동조합처럼 같이 살자. 같이.

글ㅣ산업부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