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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제도 만들었다고 손 놓지 마라

김주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28일 ‘햇살론’의 적용대상을 파산자나 대출연체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연체가능성이 크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연체자들은 채무를 조정해주는 신용회복지원프로그램이 있고, 연4%의 저리로 생계비를 대출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햇살론은 돈을 갚을 수 있는 서민을 위한 제도이고, 이들보다 못한 빈민을 위한 제도는 따로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제도는 다 마련돼 있으니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되는 걸까. 27일 인기드라마인 ‘동이’에 숙종이 굶주린 백성에게 죽을쑤어주는 진제(賑濟)가 시행되는현장을 찾은 장면이 방영됐다.

진제는 국가가 보유한 곡식으로 빈민에게 죽을 쑤어주거나 무상으로 분배하는 당시의 빈민구제책이었다. 하지만 숙종이 맞닥트린 현실은 참혹했다. 제도는 시행되고 있었지만 굶주린 백성은 너무 많았고 대부분이 주린 배를 부여잡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숙종은 죽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백성들을 보며 자신이 현실은 모른 채 대신들이 올린 글만 보고 있었다며 탄식한다.

제도의 목적은 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개선하는 데 있다. 햇살론 적용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은 신용회복지원프로그램과 생계비대출프로그램이 현실적으로 이들을 다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가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의 김 사무처장의 입장은 주린 배를 부여잡고 발길을 돌리는 백성들을 모른 체하는 것이다. 제도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또한 제도가 모든 이들을 구제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제도의 목적이 개선임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결국 제도도 계속 개선돼 가야하며 기존 제도로 구제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제도들이 계속 만들어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제도가 시행되는 현장을 찾아 참혹한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