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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30분 퇴근길. 272번 버스를 기다리는 내자동 버스 정류소, 구부정한 자세로 버스를 기다리는 이가 있다. 술에 취한 동네슈퍼 아저씨같아 한 발 물러섰다. 자세히 보니,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악수를 청하자, 선뜻 손을 내밀며 술한잔 하고 가는 길이라고 한다.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 "기자가 왜 이리 빨리 퇴근해요, 선배들 따라다니며 술먹어야 하는거아냐"하며 농담을 건낸다. 그는 삼선교까지 간다고 했다. 같은 272번을 타면서 예정에 없던 버스 안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최근 근황을 묻자 "대학강의를 나가며, 최근에는 보궐선거 지원유세를 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보궐 선거에 대해 "통탄할 일이다"라며 말했다. 인터넷에 글을 올렸으니 집에가서 보라는 말도 건냈다. 김근태 의원은 29일 오후 다음 아고라를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저희탓이다"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 글에서 그는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이 권력를 탐하는 자들의 이합집단장소가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일갈했다. 현재 그는 민주당 상임고문이다.
언론에서 전 장관님 얼굴을 더 봽도록 일선에 나섰으면 한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그런 날이 올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이명박 정부에 최근 친서민 친중소기업 드라이브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이명박정부는 친서민을 몇번이나 이야기 했다. 하지만 서민이 살기 편한 세상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은 군대에서도 갚아야 한다, 미소금융도 대출조건이 까다로워 서민들에겐 힘들다"며 모두 다 수사에 불과 하다고 말했다. 명륜동 고시원에서 산다는 기자에게 "젊은이들이 일한 만큼 댓가를 받는 세상이 와야 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미지 정치를 하지 않는 그.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은 전혀 연출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대로 받아 적어도 논문 한권이 된다는 말이 있다. 버스 안 울려 퍼지는 김근태 전 장관 말에는 힘이 있었고, 목소리는 나직하지만 울림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외길을 걸어온 그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