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취재현장] 취재하기 너무 어려운 중소기업

요즘 중소기업을 취재하기 어렵다.

사장님은 해외출장, 회장님은 건강상 병원에, 회계팀은 언제나 실사중이다. 특히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더욱 꺼리는 분위기다. 때린 아이 이름을 대라는 선생님의 꾸중에 보복이 두려워 입을 다무는 것과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중소기업간의 상생을 외치고나서 부터는 취재가 더 어려워졌다. 이 대통령은 29일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대기업의 이익만 옹호하려는 자세를 가져서는 곤란하며 사회적 책임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하며 만성적 인력난 해소와 납품단가 등 하도급 거래질서 정비·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자금조달 여건 개선 등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대기업들은 정부의 취지에 공감하며 너도 나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이야기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7일 ‘상생협력 세미나’를 열어 협력업체 지원을 약속했고 삼성전자도 상생협력센터에서 진행중인 경영진단을 토대로 곧 협력업체와의 관계 개선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포스코는 지난 25일 “2~4차 협력업체까지 상생협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억울하다는 대기업의 사례를 취재하고자 하청업체리스트 요청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구매부서 연결은 곤란하다”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하청업체의 사례를 찾기는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으며,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받은 중소기업이 표면 위로 드러나면 대기업이 물량을 줄이는 생사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살아있는 기업들은 자꾸 숨으려만 하니, 부도난 기업 사장님의 이야기라도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