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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현대건설 인수설 뒷 배경은 '후계 구도' 강화

▲정의선 부회장
고 정주영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으며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움직임이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적통성 계승이라는 명분 외에 현대차그룹의 후계구도 강화라는 실리가 맞아떨어지며 현대건설 인수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현대건설 인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인수를 위한 자문사 선정 작업을 물밑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인 매각작업을 준비한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그간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내부 논쟁을 겪으며 현대차그룹이 왕회장의 법통을 이어받아 현대가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명분은 이미 확보돼있다”라며 “현대건설 채권단이 매각 자문사를 선정한 뒤 추석이후 매각 공고가 날 것으로 전망돼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본격적인 매각작업을 위한 TF팀 가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눈여겨볼 점은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와의 합병으로 큰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음은 물론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후계구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위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에서도 현대건설을 인수할 실질적 이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정 부회장으로의 체제를 강화해 경영권을 사실상 정 부회장이 가져갈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부연설명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현대건설이 큰 메리트를 가지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건설인수를 통해 후계구도 작업이 한층 수월해짐은 물론 정몽구 회장이 현대가(家) 전면으로 나설 수 있는 여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도 현대차그룹이 후계구도 정착이라는 실리를 위해 현대엠코와 현대건설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 부회장의 후계승계 과정에서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의 건설계열사인 현대엠코의 최대주주고, 현대건설과 현대엠코의 합병을 통해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상 글로비스의 최대주주가 정 부회장이기 때문에 현대엠코의 실질적인 지분은 정 부회장 일가가(60.02%)가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건설과 현대엠코 합병은 향후 후계구도 강화를 위한 최고의 시나리오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이 합병할 경우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적잖은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현대건설 인수설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현대엠코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토목과 플랜트 쪽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현대건설과 합병하면 기업가치가 큰 폭 상승함은 물론 현대건설을 통해 우회상장의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문M&A컨설턴트는 “현대차 후계구도를 막고 있는 계열사 간 복잡한 지분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의 합병만큼 좋은 시나리오가 없다”라며 “명분과 실리 모두 아귀가 딱 맞아떨어져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