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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M&A 향방 미지수’…현대家 3파전으로 압축될 듯

현대차그룹이 일부 언론의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된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에 집중해야하는 현 상황을 감안해 인수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번 시점을 계기로 범 현대가의 지원을 받은 정몽구 회장이 인수전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그룹내부에서 회동은 전혀 없었음이 밝혀졌다”라며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서는 아직 입장조차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현대건설 합병설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내부차원의 함구령이 있었을 것이라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설은 낭설이라고 일축하며 사실상 현대중공업, 현대차그룹, 현대그룹 3파전으로 압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보도에서 인수설 포기를 시사했다는 현대중공업 역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당사자인 현대건설과의 관계가 곤혹스러워 졌다고 성토했다.

본지취재에 응한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표현했다는 것은 이쪽에서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운을 때며 “하지만 현대건설 내부적으로는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밝혀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물밑접촉이 치열함을 시사했다.

이어 그는 “범 현대가 회동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만약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인수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면 이는 현대차그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시나리오가 아니겠냐”며 “내부 관계자 또한 아직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외환은행 등 현대건설 채권단은 지난 29일 회의를 갖고, 7월 중 현대건설 매각주간사 선정을 시작으로 현대건설의 매각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실사, 매각 공고, 예비입찰자 선정을 거쳐 연말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년 초까지 현대건설 매각을 끝낼 방침이다.

◆ 당사자 ‘현대건설’…현대중공업 나서줬으면

한편 내달 매각주간사 선정을 시작으로 본격 재개될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차그룹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사자인 현대건설은 비교적 잠잠한 모습이다.

자금력이 월등한 현대차그룹이 인수전에 적극 참여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당연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현대건설은 내심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 대상 기업으로는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 KCC 등이 거론돼 왔다”라며 “현대건설 내부적으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나 인수합병에 따른 경영정상화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대가 수장들의 회동 여부가 사실인지에 관계없이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인수에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내심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에 현대가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고 현대건설 인수는 범 현대가(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그룹) 내에서 인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향방을 예측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 현대家 ‘집안싸움’ 비화되나

현대건설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현대토건사’를 모태로 시작한 건설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범 현대가의 사실상 모기업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 이런 이유로 현대건설은 이미 지난 2000년 ‘왕자의 난’과 2001년 그룹계열 분리 과정을 겪으며 워크아웃에 돌입한 바 있어 갖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설이 자칫 집안싸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어 향후 현대건설인수를 둘러싼 범 현대가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집안싸움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현대건설을 인수해야 한다. 현재 현대중공업(25.4%)과 KCC(5.04%)에서 보유한 현대상선의 지분을 합치면 30%가 넘는다. 이에 반해 현정은 회장이 모을 수 있는 지분은 27%정도로 그룹 비중의 80%를 담당하는 현대상선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라도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의 지분(8.3%) 확보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 전면에 나서게 되면 현대그룹의 입지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적통’을 중요시하는 현대가의 풍조를 감안했을 때 범 현대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차그룹이 인수전 전면에 등장하면 사실상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지난해 5천7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그룹과는 달리 현대차 그룹은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건설 인수비용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변수로 손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의지 및 적통성 확보에 대한 의지에 변함이 없고 현대건설 인수를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라며 “해운업에서의 성장을 바탕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해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게 되면 현대그룹 간 첨예한 대립이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 했다.

◆ 현대차그룹 인수설 의미는

업계관계자들은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현대가 수장들의 회동이 있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이 인수전 전면에 등장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인수합병 전문 컨설턴트는 “현대차그룹은 일단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부인하고 나서며 현대건설의 인수는 검토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라며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주가가 하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 또한 내부적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의 적통을 이어받았다는 측면에서 현대건설 인수설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며 “일단 일부 언론보도처럼 현대중공업과 KCC가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내부적으로 결론이 났다면 십중팔구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이 예상되는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의 모태 기업인 현대건설이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인수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고 현대엠코와의 시너지 효과를 감안했을 때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는 것이 그의 부연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