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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수직적인 하도급 관행 바꾸자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이 IT관련 프로젝트를 발주하면, 대부분을  IT서비스기업의 빅3(삼성 SDS, LG CNS, SK C&C)가 수주한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과 브랜드파워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그 대기업 직원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기업과 계약을 맺은 중소 IT업체 직원들이 개발을 담당한다. 그 중소 IT업체와 계약한 또 다른 인력공급업체의 직원들도 있다. 이른바 ‘갑-을-병-정’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하도급 관계. 정작 프로젝트를 수주한 대기업은 개발을 하는 ‘인력 관리’를 하며 ‘갑’과의 관계 유지에 매진한다. 개발을 담당하는 직원들에게는 빠듯한 일정을 줘 빨리 개발하라고 독촉한다. 개발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고생해 시스템을 완성해 놓으면 대기업은 자신들의 이름표를 붙여 ‘갑’에게 팔아먹고는 가장 큰 이익을 챙긴다.

기술력은 갖췄지만 규모가 작고 자본력에서 밀리는 중소 IT업체들은 고생만 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이익을 가져간다. 그리고 대기업과의 관계 유지에 매진한다. 그들과의 관계가 좋아야 계속 프로젝트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 SW업체 한 사장은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전문 SW업체들의 기술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며 안타까워한다.

대한민국의 이런 고질적인 하도급 관행은 IT서비스 업계뿐만 아니라 거의 전 산업분야에 만연해 있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사업의 주체가 돼 직접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장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야 한다. ‘대기업 입찰 제한제도’가 시행중이지만, 우선 중소기업에게 많은 사업기회를 주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중소기업 상생’을 외치면서 정작 공공프로젝트의 40% 이상을 대기업에게 주는 현재의 모습이 이어진다면, 그들의 외침은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