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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죄 저지른 재벌, 사면만 받으면 ‘끝’… 봉사·기부 약속 안 지켜

MB정부의 특별사면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재벌기업인들에 대한 대규모 사면이 다시금 이뤄지면서 정권 차원의 재벌 봐주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중죄인 경제범죄를 저지르고도 사면을 통해 복권된 재벌 총수들 이야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표면적으로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금권’과 ‘관권’이 결합한 면죄부라는 곱지 않은 시각이 팽배한 것은 물론이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단독 특별 사면·복권을 받아 기업경영에 복귀하면서 법 위에서 활보하는 대기업 총수의 면모를 어김없이 보여준 바 있어 죄 짓고도 금의환향하는 비리 기업인에 대한 비난의 눈총이 따갑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명분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로비를 위해서라는 이유였다”라며 “사상 초유의 단독 사면으로 본인은 아쉬울 것이 없는데 국가가 아쉬워 특별사면을 한 것처럼 보였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건희 회장 외에 면죄부를 받은 재벌총수의 대표적인 사례는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이다.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 등의 불법경제 행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300시간의 형을 선고 받았지만 사회봉사도 채 마치지 않은 상태서 ‘경제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사면을 받았다. 특히 정 회장의 사면이 법원의 판결을 받은 지 겨우 두 달, 형 확정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뤄진 일이라 비판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정 회장의 사면은 재벌총수 봐주기의 대표적 사례”라며 “항소심 재판부에서 기고, 강연 및 사재출연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을 유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마저도 사회봉사명령을 다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면·복권이 이뤄졌다”라며 “정부는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을 내세워 원칙 없는 사면을 강행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과 현대기아차그룹의 두 회장이 회사 공금을 쌈짓돈으로 전용하고, 경영권 불법 세습을 위해 지분 쪼개기 등 중죄를 범한 일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재벌총수 특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가자 한 법률 전문가는 “경제 살리기를 위해 사면을 해야 한다면 법적 형평성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죄를 저지른 중소사업주 등에 국한돼야 한다”라며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사례처럼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이 줄을 잇는다면 법치주의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사면·복권을 받은 재벌 총수들의 사회명령 및 기부활동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경제 살리기 명목으로 사면을 받고, 사회봉사와 기부활동을 명령받았지만 요식적인 행위에 그치며 일각의 눈총어린 시선을 받고 있는 것.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글로비스 주식의 600억원 상당을 해비치재단에 기부했지만, 기부는 형식적인 것일 뿐 재단을 ‘사재금고’로 쓰고 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