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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Vs 현대차그룹…현대건설 인수戰 2라운드 돌입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건설 인수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인수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현대상선은 12일 현대건설 주식취득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또한 전날인 11일 현대 엘리베이터도 현대건설 주주협의회가 보유중인 현대건설의 보통주 일부를 취득하기 위해 공개매각절차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표명했다.

아직 구체적인 주식취득 규모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현대증권, 현대아산 등 여러 계열사의 대주주인 현대상선이 주식취득 결정을 함으로써 다른 계열사들도 현대건설 매각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그룹의 계열사는 매출 규모로만 본다면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엘리베이터 순으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는 그 동안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쪽으로 기우는 정세였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이 공개매각절차에 참여하면서 침묵을 지켜왔던 현정은 회장이 인수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나서 현대건설을 놓고 2라운드에 돌입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두고 인수 주도는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엠코가 주도하는 것으로 인수전 공격진을 구축했다.

현대엠코는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25.06%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정몽구 회장(10%), 글로비스(24.96%), 기아차(19.99%), 현대모비스(19.99%) 등 특별 관계인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정의선 부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기기 쉬운 구조로 재벌3세의 경영권 대물림을 위한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이 예상된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현대상선에만 의존하는 것으로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지난 2006년부터 현대건설의 인수 의지를 표명해왔다. 현대그룹 지배구조는 지주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을 소유하고, 현대상선이 나머지 주력 계열사를 보유한 형태다. 현대건설 인수는 누가 더 자금원동력을 보유하고 있느냐의 대결이다. 따라서 문제는 역시 자금력이다. 현재 현정은 회장의 고민은 현대그룹 재무약정 체결 여부를 두고 외환은행 등 채권단과의 싸움이다. 채권단은 지난달 현대그룹에 신규공여여신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 2일 만기여신 회수에 들어갔다.

현대그룹은 채권단 제재 조치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3개 채권은행에 빌린 4000~5000억 원 규모의 대출금을 만기 도래 순으로 올해 안에 갚아야 한다.

이는 현대그룹이 보유한 유동성(1조5000억 원 이상) 대비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신규여신이 중단된 상태에서 3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현대건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엔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현대차그룹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현대차 노조가 현대그룹 인수를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경훈 노조위원장은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설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현대건설 인수설은 현대차그룹을 사지로 몰아가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건설사인 현대엠코를 거느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까지 흡수하려는 것은 과거 개발독재시대의 문어발식 경영방식이라며 비난한 것이다. 노조는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다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그룹의 예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면서 현대차그룹은 현재도 국내 42개, 해외 163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며 이젠 그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이기도 한 외환은행은 지난달 현대건설 매각주간사로 해외투자은행(IB)인 메릴린치, 국내 증권사인 우리투자증권과 산업은행M&A실 컨소시엄을 선정한 상태다. 외환은행은 이르면 10월 초 매각공고를 낼 계획이다. 또 올해 말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