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를 분리 매각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지분의 향방을 인수기업이 결정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내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를 고려하면 현대상선 경영권은 사실상 현대그룹 경영권에 직결된다.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 또한 현대건설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가 현대상선 지분을 손에 쥐기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이번 채권단의 결정이 시장이 미치는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현대그룹과 범 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율 차이가 10%에 육박하는 만큼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현대상선 지분이 ‘어디로’ 귀속되느냐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을 결정짓게 된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현대건설의 매각 가격을 고려해 현대상선 지분을 분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며 “시장에서는 인수전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지분이 분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현대상선의 지분은 현대건설을 인수한 기업이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고, 현대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가져가 인수전을 둘러싼 출혈 경쟁을 최소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또 채권단 내부에서도 현대건설 매각을 손쉽게 진행하기 위해 현대상선 지분 분리 매각 안을 검토해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이번 채권단 결정으로 향후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현대그룹 입장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상선 지분이 반드시 필요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인수전 과열을 예상하고도 지분을 분리 매각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특정 인수 후보자 측에 유리한 고점을 쥐어줬다는 일각의 비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또 현대상선 지분 분리로 현대건설의 메리트가 떨어져 매각가격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결과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이와 관련 한 M&A전문 컨설턴트는 “현대그룹 입장에서 현대상선의 지분은 경영권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채권단은 이런 내부 구조에 휘말리지 않고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된 시시비비를 방지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그룹과 범 현대가의 대결구도로 갈 수 있다는 점”이라며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지분은 현대엘리베이터 24% 등 현정은 회장 일가가 우호지분을 포함해 약 44%를 보유하고 있고 순환출자구조를 고려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범 현대가의 지분구조(현대중공업 17.6%, 현대삼호중공업 7.9%, KCC 5% 등 약 30%)를 감안했을 때 현대건설 인수로 범 현대가가 현대상선 지분 8.3%를 손에 넣을 경우 지분율이 약 39%대로 올라가 현 회장 측 경영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부연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