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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채권단에 판정승…현대建 인수전 판도는?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법송 다툼에서 현대그룹이 1차 판정승을 거뒀다. 현대그룹은 외환은행 등 채권은행들이 취한 신규여신 중단과 만기여신 회수 등의 금융제재에서 일단 벗어나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7일 채권단이 공동으로 신규 여신중단과 만기도래 여신 회수 등을 통해 제재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제재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현대그룹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 채권단은 지난 6~7월 결의한 신규대출 중단, 만기도래 여신 회수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금융제재를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실행할 수 없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환업무 중지 등 추가 제재도 할 수 없다.

현대그룹은 채권단과의 갈등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 또 현대그룹이 추진중인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 자금조달 및 인수전략상 제약이 가해질 수 밖에 없는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이라는 피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산업별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는 재무구조개선약정제도를 개선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한편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채권은행협의회를 빠른 시일내에 개최해 가처분 인용에 따른 불복절차 진행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난감해했다.   

◆ 현대건설 인수 탄력 받나?
 
현대그룹이 법원 판결 직후 "현대건설 인수전을 추진하는 데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며 "이번 결정이 인수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조조정을 통한 부채비율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다면 막대한 인수자금 조달의 길이 사실상 막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오는 24일 현대건설 매각공고를 낼 예정으로 현대그룹은 재무약정이라는 걸림돌 없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법원에서 판정승을 거뒀지만, 개별 은행이 현대그룹과 거래에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전 재판부의 판결은 공동조치 효력을 정지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개별은행이 독자적인 판단까지는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건설 인수전의 경력한 경쟁자인 현대자동차그룹의 막강한 자금력과 싸워야 하는 것도 여전히 부담이다.

◆ 채권단 "아직 끝나지 않았다"
 
채권단은 공동으로 현대그룹의 여신을 회수하는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 만큼 향후 가처분 판결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거나 채권단 개별은행별로 현대그룹에 대한 여신회수 문제를 판단하는 전략으로 현대그룹을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문을 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으나 제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채권단 외 다른 은행들이 약정을 체결하지 않는 현대그룹과 거래를 할 수 있겠냐"며 "공동조치지 효력은 정지시켰지만, 은행권과의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감독당국도 `은행법 시행세칙`을 개정하는 조치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은행업 감독규정`에는 주채권은행과 여타 채권단이 공동으로 여신회수 조치등 기업에 대한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나, 상위법인 `은행법 시행령·시행세칙`에는 주채권은행만이 재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