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우호세력인 넥스젠캐피탈를 통해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8일 공시를 통해 넥스젠캐피탈이 시간외 거래를 통해 현대상선 보통주 90만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넥스젠캐피탈은 현대상선 자사주를 매입함으로써 현대상선에 대한 의결권을 확대한 것으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매각에 공식적인 표명을 하고 나선 것에 대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대그룹, 스왑거래로 경영권 방어
강성진 동양종합증권 연구원은 이번 넥스젠캐피탈의 현대상선 자사주 매입에 대해 "경영권 방어측면에서의 자사주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그룹의 우호세력인 넥스젠캐피탈이 매입한 현대상선 주식 90만주는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로 파악된다. 이번 공시의 의미로 강 연구원은 “현대그룹의 현대상선에 대한 의결권 확대”라고 분석했다.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넘김으로써 의결권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이번 거래로 인해 현대그룹 및 우호세력의 의결권은 40.2%에서 40.8%로 0.6% 증가했고, 자사주의 비중은 3.0%에서 2.4%로 감소했다. 현대중공업 등(KCC, 현대삼호중공업 등 포함)의 지분율은 30.6%, 현대건설의 지분율은 8.3%다.
따라서 이번 현대그룹의 의결권 확대는 현대건설 매각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를 놓고 현대차 그룹과 현대그룹의 경쟁구도는 치열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누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현대상선의 지분구도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은 지속 제기되어왔기 때문에 이번 자사주 거래는 현대상선에 대한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성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건설 인수시 현대상선은 자금 부담을 안을 것
한편, 지난 9월 24일 현대건설 채권단은 현대건설 지분 34.88%에 대한 매각계획을 공고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인수에 참여했으며, 현대그룹도 조만간 인수참여를 신청할 것이 확정적이다. 현대건설의 인수금액은 현재 시가총액의 34.88%에 경영권프리미엄 30%를 가정하더라도 3.7조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인수자금을 그룹내에서 자체조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의 3대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3.5조원, 단기금융상품은 7.4조원에 달해, 그룹내 인수 자금조달은 가능할 전망이다. 반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주축으로 약 1.2조원의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부족한 2.5조원의 자금은 차입과 투자자 유치 등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강 연구원은 "되도록 전략적 투자자를 많이 유치해 인수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현대그룹측의 의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매입할 경우, 현대상선은 현대건설 지분매입자금의 상당부분을 부담하게 된다는 뜻이다 또한, 현대상선은 현금 추가 확보를 위한 작업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채무도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재무적 투자자에 대한 의무발생 등으로 부가적인 책임을 떠안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상선 주가 현대건설 인수후보 움직임에 반응할 것
최근 현대상선의 주가가 받고 있는 프리미엄은 역사적 최고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현대건설 인수후보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에 따라 주가가 민감하게 움질일 것으로예상된다. 현대건설 매각까지 남은 2개월동안 현대상선의 지분경쟁이 현실화되면서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있고, 지분구도가 안정화되면서 주가 프리미엄이 제거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이제 현대건설 매각까지 2개월 남짓 남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높아진 주가가 현대건설 인수후보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