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외환은행 등 9개 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주주협의회)의 3887만9000주(총 발행 주식수 대비 34.88%)에 대한 매각 공고로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2001년 8월 유동성 위기로 현대건설 채권단에 넘어간지 9년 만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1년 유동성 부족과 재무구조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1조4000억 원의 출자전환과 1조5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정상화 노력으로 2005년 5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현재 현대건설 최대주주는 정책금융공사(11.12%)이며 외환은행(8.72%), 우리은행(7.51%) 등의 순이다.
현대건설 인수전은 그동안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온 현대그룹과 이날 매각 공고에 맞춰 인수의향서 제출 계획을 밝힌 현대기아차그룹의 2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두 그룹의 인수전 참여에 채권단도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몸값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제3자 매각 가능성을 언급하며 부채질에 여념이 없다. 채권단은 인수 가격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경영능력도 주요 항목으로 살필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인수의향서 제출기한인 내달 1일 현대건설 인수에 참여할 기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 현대그룹 “명분은 우리가 앞선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매각 공고를 앞두고 추석연휴인 지난 21일부터 TV광고를 통해 여론몰이에 나서는 중이다.
이번 광고는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내용의 TV 광고로 현대건설 인수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광고는 고 현대그룹은 광고를 통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고 정몽헌 회장에게 현대건설을 물려줬고, 정몽헌 회장이 생전에 경영난에 빠진 현대건설을 살리고자 사재 4천400억원을 출연했던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면광고도 낼 예정이며, 추석 연휴 이후에도 TV광고를 계속 내보낼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현금성 자산 1조5천억원 정도를 확보한 상태여서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3.5~4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인수자금 중 나머지 부분을 현대상선을 통해 해외 금융기관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자금 융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 현대차그룹, '자금력' 우위 '여유'
인수에 관한 현대차그룹은 공식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월말께 현대건설 인수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전망이다. 정몽구 회장도 2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준공식에서 현대건설 인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아시지 않습니까?”라며 즉답을 피하면서 부정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인수자문사로, PwC삼일회계법인을 회계자문사로 각각 선정해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격화하면 4조원이 넘는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동원해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북한 SOC 사업이나 계열사인 현대엘레베이터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과거 M&A를 돌아봤을 때 결국 인수가격에서 승패를 가른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중공업과 KCC 등 범 현대가가 현대건설 인수를 측면지원하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그러나 현대건설 인수가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현대기아차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차그룹 건설부분 자회사인 현대엠코와 합병해 주식시장 상장 등을 통해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기해 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현대기아차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엠코와 합병해 주식시장 상장 등을 통해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기해 왔다.
국내외 M&A 정보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범현대그룹의 태동과 관련이 있어 양측의 인수 명분이 분명하고, 건설경기가 현재 어렵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에 추가로 뛰어들 기업은 없을 것”이라면서 “결국 두 진영의 싸움이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자금력이 풍부한 현대차그룹의 인수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