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명품소비는 지난 2009년 1년간 무려 46%나 늘었다. 불경기로 국내 경제가 어려워 국내 브랜드의 매출은 크게 감소해도 명품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으며 수입명품 매장은 계속 성장 중에 있다.
고공 성장 중인 명품시장은 현재 재벌가 딸들이 장악중이다. 어릴 때부터 이어진 해외경험과 편하게 접할 수 있었던 명품 덕에 길러진 안목은 이들을 자연스럽게 패션 사업으로 이끌었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37) 제일모직 전무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장녀인 정유경(38) 신세계 부사장이 그 선두에 있다.
이서현 전무는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며 일찌감치 패션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지난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세이미야케의 브랜드인 ‘이세이미야케’를 도입으로 그녀의 명품 브랜드 수입이 시작됐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패션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띠어리, 나인웨스트, 발맹, 토리 버치, 릭 오웬스, 프링글, 산타마리아 노벨라 등을 잇따라 수입하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여세를 몰아가고 있다. 또한 국내 브랜드의 글로벌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2003년 인수한 ‘구호’는 연평균 성장률 50%를 기록하며 막강브랜드로 거듭났다. 또한 지난 2월에는 ‘헥사 바이 구호’라는 이름으로 뉴욕에 진출해 명품 수입뿐만 아니라 한국 패션의 글로벌화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이화여대에서 비주얼디자인을 전공, 미국 로드아일랜드대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며 일찍부터 패션계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자연스럽게 명품 수입 사업을 맡게 됐다. 그녀는 신세계인터내셔날(SI)에서 그 실력을 발휘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996년 문을 연후 아르마니, 돌체&가바나, 코치, 알렉산더맥퀸 등 20여개의 유명 브랜드를 수입해 지난해 4390억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 최대 명품 수입업체다.
특히 정 부사장이 인정받은 사업은 2000년 문을 연 국내 최초 명품 편집매장인 ‘분더샵’ 이다. 편집매장이란 하나의 컨셉트로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매장으로 청담 분더샵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본점, 센텀시티에 입점해있다.
편집매장이 알려지기 시작하고 개성 넘치는 브랜드를 많이 접하고 싶어 하는 젊은 층이 늘면서 이들의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제일모직은 신세계가 분더샵을 연 후 2008년 고급 편집매장인 ‘10 꼬르소꼬모’를 오픈했다. ‘10 꼬르소꼬모’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편집 매장으로 서울 매장은 세계 두 번째다. 또한 최근 프랑스 브랜드인 ‘꼼 데 가르송’의 독점수입권을 신세계인터내셔날로부터 획득하며 이들의 힘겨루기가 한창임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분더샵은 그전까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인 마르니, 스텔라 매카트니,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디스퀘어드2 등을 독립시키며 규모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백화점 전점에서 총 70여 개의 편집매장을 운영 하고 있다.
나만의 개성을 중요시여기며 급변해가는 소비자들의 욕구로 이러한 명품매장의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편집매장에서 반응이 좋은 브랜드는 독점 매장을 세워 운영하고 있어 매장 확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명품시장을 얼마나 장악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