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전 경영진에게 개인투자자의 주가손실을 배상하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졌다. 투자자들은 대우중공업 주식에 투자했다가 대우그룹의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되면서 주식이 폭락해 큰 손해를 입었다. 분식회계는 재무제표 장부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사기인 것인데,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 치는 사기일수록 속을 가능성도 크고 속는 피해자도, 그 피해 규모도 크다. 사기 중에 악질 사기인 것이다. 대우그룹의 분식회계의 경우에도 김 전 회장이 직접 지휘했다는 점에서 피해가 막대했다.
재벌 총수의 분식회계 사건이 유례없는 특별한 사건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2001년 당시 SK 최태원 회장과 SK그룹 손길승 회장은 1조5천억원의 이익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SK 글로벌의 재무제표를 조작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도 두 회장이 진두지휘했다. 2006년 당시 두산그룹 회장이었던 박용성 현 대한체육회 회장도 2828억원 규모의 분식회계와 285억원의 횡령 및 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에쓰오일 김선동 전 회장, STC그룹 이계호 전 회장, 현대건설 김윤규 전 대표, 신화건설 박인광 전 사장 등도 분식회계를 자행했다.
이처럼 재벌총수들의 분식회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걸려도 패가망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된 전 회장들의 상당수가 광복절 특사 등의 자격으로 풀려났고, 심지어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도 했다. 전과자이기 때문에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가 막대한 악질 사기였던 만큼 막중한 책임과 충분한 자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광복절에도 많은 재계 인사들이 광복을 맞았다. 늘 그랬듯 국가경제에 기여할 기회를 준다는 것인데, 지난 과오에 대한 책임과 반성도 제대로 되지 않은 인물이 국가경제에 얼마나 기여를 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