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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코치의 행보가 석연치 않다. 어찌 보면 이상하리만치 언론을 의식한다.
현재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 사이에 서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서는 김연아와의 결별과 관련해 직접 보도자료를 뿌리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며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마치 오서측이 공격하면 김연아측이 이를 방어하는 대응 양상이다.
코치와 선수는 어떤 연유건 간에 만남도 있고 헤어짐도 있는 법. 오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아무 이유 없이 헤어졌다’ ‘김연아의 어머니(박미희씨)의 일방적인 통보였다’는 석연찮은 주장을 펼치며 김연아측과 아무 상의도 없이 이를 언론에 공개해 김연아 메니지먼트 회사인 올댓스포츠를 당혹스럽게 했다.
이에 올댓스포츠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몇 달전부터 오서와 김연아의 사이가 소원해졌고 트레이시 윌슨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다 알고 있었다”고 오서측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오서가 소속된 IMG는 ‘라이벌’ 아사다 마오를 비롯해 세계적인 피겨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피겨뿐 아니라 동계스포츠를 주름잡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적인 회사다. 또한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들 대부분이 IMG소속이다.
과거 김연아는 IMG와 계약을 맺었다가 IB스포츠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소송에 휘말린 적이 있다. 결국 김연아측이 승소했지만 IMG로선 김연아가 '눈엣가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2007년에는 목동링크에서 열린 아이스쇼가 지붕화재로 무산된 것과 관련해 양측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오서 코치는 아사다 마오가 코치직을 제안한 시기와 맞물리는 지난 5월 IMG와 계약을 맺었다. IMG와 깊은 악연이 있는 김연아 입장에선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피겨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서 코치는 아사다를 직접 지도하지는 않지만 일본 선수들을 영입해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서 코치는 그동안 "김연아가 내게 1순위다"라고 늘 말해왔지만 오서코치가 IMG와 계약을 맺고 한 행동들을 보면 꼭 그렇지 만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오서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가운데 언론에 올댓스포츠 뿐 아니라 한국팬들을 당혹케 하는 발언을 해 또다시 도마위에 올라갔다.
오서는 26일 보도된 AFP의 인터뷰에서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은 한국의 전통음악의 편집곡들로 구성돼있으며 민요 '아리랑'을 피처링했다. 또 쇼트프로그램은 9월초 셰린 본이 만들어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피겨스케이팅의 새 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 알리기 전까지는 철저히 비밀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다. 김연아를 가르친 세계적인 코치 오서 또한 이를 모를 리가 없다.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오서는 언론에 김연아측과 사전에 동의 없이 새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물론 오서 코치는 "내가 지금까지 본 프로그램 가운데 최고"라고 하는 등 좋게 포장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하지만 선수가 공개하기에 앞서 현재 논란의 주인공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또한 AFP와의 인터뷰를 더 살펴보면 오서 코치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다. 오서 코치는 "김연아가 새 코치 문제를 어떻게 결정할지 전혀 알지 못한다"라면서도 "내가 개입될 여지는 약간 있을 것 같다. 만약 내가 다시 김연아에게서 제안을 받는다면 당연히 고려할 것"이라며 김연아의 코치 복귀를 희망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하지만 김연아-오서 양측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코치 복귀는커녕 둘 사이가 좋게 마무리 되는 것이 현 시점에선 더 바람직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오서의 코치 재검토 인터뷰는 김연아측을 더욱 자극할 뿐이다. 김연아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도 국내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선수가 정성껏 준비해온 프로그램을 동의없이 공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거기에 코치직 재검토는 지금 이 시점에서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당혹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