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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황] 채권버블 상황, 당분간 지속

최근 자산흐름의 가장 큰 특징은 채권강세다. 현재 한국,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채권 강세현상, 즉 채권수익률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줄곧 하회하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서프라이즈 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고 게다가 경기둔화 신호 강화로 최근 원자재 가격이 재차 반락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이 채권 수익률 하락 압력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다. 즉, 디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어 채권버블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채권 디커플링, 채권으로 기울 듯

한국의 경우 2009년 10월부터 주식과 채권수익률간의 디커플링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거의 10달 동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풍부한 유동성이 모든 자산 가격을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하다. 그러나 그동안 경기 모멘텀과 다르게 주식시장이 견조했던 핵심요인인 기업이익 모멘텀이 이제는 둔화되는 시점이어서 주식-채권 디커플링이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영업이익은 2010년 중반을 고점으로 2011년 상반기까지는 서서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종혁 SK증권 과장은 "위험자산을 부양할 유인이 약화되면서 채권으로 자금 유입이 더욱 급속도로 진행되고, 결국 주가와 채권수익률간의 디커플링 현상이 채권 수익률 쪽으로 수렴하고자 하는 압력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단기적으로는 채권가격이 버블권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에 부담스러운 경기가 단기에 반등하기 어려워 글로벌 유동성의 채권 쏠림현상이 바로 해소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원 과장은 "주가와 채권수익률간의 디커플링 현상은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후행적으로 채권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주가를 지지할 것으로 보지만,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채권시장의 불리한 여건만으로 유동성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접근보다는 모든 모멘텀이 생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는 실제적인 움직임을 보고 주식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시간이라는 기회비용 관점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디플레이션이 아닌 채권버블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시장 분위기도 가라앉고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지지선이라 여겼던 2.5%를 단숨에 하향 돌파했고, S&P500지수는 기술적으로 중요한 1050선까지 떨어졌다.

박소연 한구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디플레이션보다 채권버블(Bond Bubble)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디플레이션이라면 응당 떨어져야 할 채권까지 일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며 "대표적인 예가 인플레이션 연동국채인 TIPS"이라고 지적했다. TIPS 10년물은 지난 4월 1.7%를 기록했으나 최근 1.0% 수준까지 급락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TIPS 수익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가격이 비싸졌다는 것인데, TIPS 수익률은 이론적으로 미국 국채 수익률에 물가 상승률만큼의 금리를 더 얹어서 결정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가격이 비싸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08년 리만 파산 직후 디플레에 대한 베팅이 강해지면서 TIPS 10년물은 수익률이 3.1%까지 치솟았다.

또한 투기등급 채권의 가격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채권버블의 의심하게 한다. 박 수석연구원은 "경제가 디플레로 간다고 하면 상환 가능성이 극히 낮은, 망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채권인데도 가격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가 추정하는 B등급 달러화 채권의 수익률은 단기물, 장기물 모두 고르게 하락 중이다.

채권시장에 과도한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주식의 수익률과 채권의 수익률차이를 나타내는 일드갭(Yield Gap)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의 일드갭은 8월 20일 기준으로 5.7%를 기록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한국도 리먼 브라더스 파산 당시의 일드갭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박 수석연구원은 "일드갭 지표는 트레이딩 차원에서 단기 방향성을 논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중기적인 고점·저점을 논하는 데는 상당히 유용하다"며 "특히 통상적인 밴드를 상회하거나 하회하는 경우에는 예측력이 좋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채권 대비 주식의 가격은 역사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고 다행히도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주식시장에는 버블이 없어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한다면 이는 중장기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매수 기회를 제공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