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늘 당국의 사전허가 없이 이란과의 모든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대이란 제재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일선 건설사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대 이란제재 방안을 살펴보면 102개 단체와 24명의 개인을 제재대상으로 지정,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6개월 이내의 영업을 금지하는 등 중징계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또 이란을 상대로 하는 모든 금융거래는 당국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며 일반 금융기관도 이란과의 금융거래 시 1만 이상일 경우 당국에 보고, 4만 유로 이상일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허가를 받도록 했다.정부의 대 이란 제재안 발표가 예상했던 수준보다 강경하자 이란으로 진출한 일선 건설사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GS건설이 1조4천억원짜리 가스 플랜트 사업을 포기하는 등 대기업들이 수 조원 규모의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중소건설사들의 기업 사활이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란 진출 기업에 자재를 납품하고 있는 하도급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대 이란제재가 그대로 시행되면 우리 업체의 경우 빚을 감당할 수 없어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성토하며 “이란과의 금융거래가 막히면 가뜩이나 어려운 유동성을 더 옥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정부가 이란제재에 동참하며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에게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중소건설사들 경우 자구책 마련을 위해 우회 금융거래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런 대안은 절차상 전체수익의 6∼10%가 소요돼 마진이 거의 남지 않아 오히려 손실 폭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대 이란제재가 언제 마무리가 될지 명확한 시점이 나오지 않고 있어 현장관계자들 또한 거래 비용과 납품 자재를 놓고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오락가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GS건설 관계자는 “당시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포기한 이유는 대 이란제재가 발표됐을 경우 그 기한을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컸다”라며 “정부 또한 언제까지 제재 방안을 계속할지 담보할 수 없는 입장이라 자사 입장에서 사업을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며 그와 관련된 협력업체들 여러 곳도 동반진출을 시도 했다”라며 “한 관련 중소업체는 2년 동안 협상을 통해 협력업체로 진출했는데 이번 제재가 시작되며 유동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란제재가 본격화되며 시장에 진출한 모든 기업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음에도 이와 관련된 정부차원의 후속조치가 발표될지는 미지수다.
대 이란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중견기업부터 도산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지만, 정부 또한 그 기간을 확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 내 소식통은 “일선 건설사들은 물론, 무역, 자재납품 업체 등 이란 시장과 관련된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안다”라며 “하지만 이란의 핵개발 의혹으로 시작된 이번 대 이란제재 방침이 언제 끝날지는 정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란과 교역하거나, 사업을 수주한 업체를 중심으로 후속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고심 중인 것으로 알지만 실제로 대책이 마련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라며 “우회수출의 경우, 절세나 세금연장 등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이 가장 가능성이 있다”고 소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