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를 잠재웠던 유럽은행 스트레스 테스트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아일랜드 주요 은행 및 보험사의 채권 만기가 9월에 집중돼 있어 일각에서 제기된 아일랜드 9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아일랜드 9월 만기 채권 규모는 내년 상반기까지 예정된 만기 도래액의 65%에 달한다. 9월 상반월보다는 하반월에 만기가 좀 더 집중된 경향이 있어, 긴장감은 월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금융시장에 한 차례 큰 충격을 줬던 지난 5~6월과 같은 상황이 9월에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복병처럼 등장한 아일랜드 9월 위기설은 유럽 재정위기 우려감을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채권발행 잔액, 아일랜드 > 그리스+포르투갈
8일 국채발행에 성공한 포르투갈이나 재정적 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스페인, 이탈리아에 대한 우려는 완화되는 반면, 아일랜드 9월 위기설이 제기되면서 아일랜드 국채 금리나 CDS 스프레드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일랜드 9월 위기설은 금융권의 대규모 채권 만기가 9월에 집중되어 있는 데서 비롯된다. 상장 4대 금융회사의 9월 채권 만기 도래액은 257억유로에 달하는데, 이는 9월 이후 2011년 상반기말까지 만기 도래액 398억유로의 65%에 이르며, GDP 대비로는 16%에 해당한다.
단순 양적 비교로 보면 아일랜드의 영향력은 지난 유럽 재정위기의 중심이었던 그리스보다 훨씬 크다. 아일랜드와 그리스 GDP는 큰 차이가 없지만, 아일랜드 은행들의 해외 차입이나 해외 채권 발행 잔액은 그리스와 포르투갈을 합친 것보다 많다. 또한, 아일랜드 은행들의 해외 발행 채권 중 1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가 이탈리아나 스페인보다도 많다. 단순히 양적으로 볼 때 아일랜드는 그리스에 비해 훨씬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럽 공조 합의의 위기 대응 관심
아일랜드 9월 한달 만기 일자는 상반월보다는 하반월에 좀 더 집중돼 있어, 월말까지 긴장감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대량 만기가 예정된 9일과 16일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때를 별 탈 없이 지나게 되면 채권 만기 도래에 대한 부담감은 조금씩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사태는 더욱 확산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그리스 사태처럼 아일랜드의 문제가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될지 여부다. 지난 그리스 위기설이 제기되었을 때도 스페인의 안정성 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5~6월 상황과 달리 최근 이탈리아,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아일랜드 국채 금리 상승을 추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5~6월에는 그리스 사태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지만, 지금은 PIIGS 중 빅 2인 두 나라에 대해서는 위기의 전이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고 있다"며 "이는 이번 문제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임을 시사한다"고 전망했다.
나중혁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럽 공조 합의 및 유로 재정 안정 기금 마련의 효과가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유럽 공조 합의가 성실히 이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만기 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일의 경제상황이 좋기 때문에 무리하게 채권 자금 회수에 나서지 않을 여지가 있고, 유럽의 상대 은행들의 공격적인 대출 상환이 진행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